사람 꽃이 식물 꽃보다 아름다워 (2006.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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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06-08-25 06:32 조회1,761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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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목회할 때 교회 절기나 행사가 있을 경우 교인들이 강단에 난(蘭)을 헌화할 때가 많다.
양란(洋蘭)은 보통 꽃대가 7개 정도 되는 것을 강단에 올리는데 꽃에 화향(花香)은 없지만 꽃이 오래간다. 하지만 꽃이 지고 난 다음에는 한번도 다음 해에 꽃대를 올려본 적이 없다.
그리고 동양란 가운데 <철골소심>은 양란의 크기나 꽃의 화려함에 비하면 겉은 왜소해 보여도 기품과 운치가 있다. 참 인상 깊었던 것은 해마다 꽃대가 올라왔다. 난의 풀잎에서 꽃대가 올라올 때는 기분이 너무 좋았고 그 꽃에서 은은히 풍겨 나오는 화향은 나를 꽃 향에 흠취하게 했었다.

그런데 작년에 꽃이 예뻐 산 양란에 올해 꽃대가 올라왔는데 한 꽃대에 꽃망울이 12개씩 매달려 있었다. 참 신기했다. 다른 분들은 해마다 있는 일이라지만 내게는 처음 있는 일이라 내 마음에 잔잔한 흥분이 촉촉이 젖어들었다. 
곧 꽃망울이 터지고 꽃이 필 것이라는 기대에 거실에 있는 난을 보면서 순간 사람에게서도 꽃이 핀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사람 꽃은 뜰이나 꽃밭에서 피는 꽃이 아니고,
사람의 얼굴, 내 마음 밭에 피어나는 꽃이다.
기쁨 꽃이고, 웃음꽃이다.
이 꽃들은 사시사철 계절에 관계없이 핀다.

나는 사람이 좋다. 삶의 평범한 이야기에서부터 깊은 대화들에 이르기까지 진솔하게 이야기하다 보면 어느 새 사람들의 얼굴에 꽃들이 활짝 피어난다.
어떤 꽃은 너털웃음 꽃, 깔깔거리는 웃음꽃, 박장대소 꽃, 그리고 아직 피어나지 않은 꽃봉오리처럼 기쁨을 머금고 수줍은 듯이 은은하게 자태를 드러내는 미소 짓고 있는 꽃이 여기저기서 피어나면 방안에 꽃이 만발하고 사람 꽃의 향에 모두의 마음은 너무도 풍요로워진다. 나는 그게 그렇게 좋다.
식물 꽃이 아무리 아름다운들 사람 꽃에 비할 수 있으랴.

한번씩 욕심을 버리고, 미움을 버리고, 노여움을 버릴 때마다
그래그래, 고개 끄덕이며
순한 눈길로 내 마음에 피어나는
기쁨 꽃, 맑은 꽃

한번씩 좋은 생각 하고, 좋은 말 하고 좋은 일 할 때마다
그래그래, 환히 웃으며 고마움의 꽃술 달고
내 마음 안에 피어나는 
기쁨 꽃, 밝은 꽃

- 이해인의 시《기쁨꽃》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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