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사회 개인·집단 트라우마 심각…건강한 관계맺기 중요 (2017년 1월 20일 국민일보) (2017.04.02)

페이지 정보

작성자 pastor 작성일17-04-03 05:31 조회510회 댓글0건

본문

대기업 컴퓨터 개발실에서 근무하는 40대 직장인 K씨는 온화한 성격의 소유자이다. 
그런데 지난해 진급에 실패한 후 누군가로부터 무시당하는 느낌이 들면 주체할 수 없는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자신도 모르게 직장동료나 가족들에게 화를 냈고 주변과의 관계는 점점 나빠졌다. 급기야 지하철을 타면 숨쉬기조차 힘들어 기절할 것 같았다. 
그는 자신이 앞으로 어떤 행동을 하게 될지 두려워 최근 한 상담소를 찾았다. 
상담을 통해 어린 시절 부모로부터 인정받지 못해 받은 상처가 트라우마가 됐다는 것을 알게 됐다. 
진급 실패는 부모로부터 인정받지 못했던 무의식의 기억을 건드려 아프게 했던 것이다. 
그는 상담소에서 진행하는 <자아회복 지원 그룹>에 참여해 억울한 마음을 표현하는 방법을 배우면서 자존감을 회복했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트라우마(trauma)’란 특정한 사건으로 생긴 심리적 외상을 의미한다. 
사건 자체를 말하는 게 아니라 사건이 몸과 마음에 남긴 부정적인 영향을 뜻한다. 
그런데 이 트라우마는 아주 충격적인 큰 사건만이 아니라 사소한 일상에 의해서도 생겨날 수 있다. 
트라우마와 스트레스는 다르다. 스트레스는 일시적이고, 통제 가능하다. 
그러나 트라우마는 내 의지와 상관없이 나도 모르는 순간에 덮쳐올 수 있기에 통제가 불가능하고, 평생 지속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면 ‘시험을 잘 치러야 하는데’ 라고 느낀다면, 그건 스트레스다. 하지만 ‘나는 언제나 시험 운이 없다’ ‘나는 무슨 시험을 봐도 합격할 수 없다’고 생각하게 된다면, 그건 트라우마에 가깝다. 
 
트라우마는 개인의 문제로 끝나지 않고 누적된 감정이 나중에 묻지 마 범죄, 분노 조절 장애 등의 병리적 증상으로 이어질 개연성이 높다.  
질병코드 F41로 명명되는 공포장애와 불안장애로 정신과 치료를 받는 사람이 해마다 늘어가고 있다. 
미국 뉴욕 타임스는 “한국인은 전 국민이 신경쇠약에 걸리기 직전의 상태로 보인다. 급격한 경제성장에 따른 물질주의와 극도의 경쟁이 엄청난 스트레스를 야기하고 있다”고 보도하기까지 했다. 트라우마는 당사자 뿐 아니라 주변 사람에게까지 매우 큰 영향을 미친다. 남편이 트라우마로 고통 받으면 아내도 우울증에 시달리는 경향이 있고, 그런 부모 밑에서 자란 아이들은 자신감이 부족하고 불안해하는 사람으로 성장할 위험이 있다는 것이다. 
 
심리학자들은 똑같은 사건을 겪어도 개인에게 미치는 영향이 다르다고 말한다. 
충격적 사건을 경험한 사람들의 80%는 6개월 정도의 시간이 지나면 자연회복을 하는데 20%는 외부의 도움이 절실하다. 
그럼 어떤 사람이 80%에 해당할까. 기질의 차이도 있지만 심리학자들은 내안에 ‘긍정적인 자원’이 있느냐에 달려있다고 말한다. 
내적자원이란 힘들 때 자신을 돌봐줄 대상을 의미한다. 
부모와 안정적인 애착관계가 유지되는 경우 회복의 정도는 빠르다. 부모가 없을 경우 부모를 대신하는 제2의 양육자가 내적자원이다.  
그동안 현대인들은 눈에 보이는 물질적 세계에만 익숙해, 눈에 보이지 않는 자신의 마음 돌보는 것을 게을리 했다. 
지금은 자신의 내면을 돌보고 잠재력을 개발해야 한다. 
 
‘5·18 민주화운동’ 생존자들의 트라우마 치유를 위해 <그룹 투사 꿈 작업>을 하고 있는 고혜경 치유상담 대학원 대학교 교수는 “그동안 우리 사회에 대형 트라우마 사건이 많았다. 그럼에도 마음 안의 일은 개인의 몫으로 그냥 견디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해결되지 않은 상처들이 누적되면 사회적 병리현상은 깊어진다”며 “우리 신경계는 ‘그날 그 순간 그 자리’에 고착돼 있다. 몸 안의 신경계는 그 날을 기억하고 있다”고 했다. 고 교수는 현대 사회의 트라우마는 개인에게 국한되지 않는다고 했다. 대형사고, 자연재해, 테러와 전쟁 등 집단적인 트라우마도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므로 건강한 분노를 숨기지 않고 드러내야만 건강한 삶을 살 수 있다고 말한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순서 제목 날짜
다음 글 안식년 (2017.04.30) 2017-05-07
이전 글 교회의 임직자를 세우면서 (2017.03.26) 2017-04-03

신앙칼럼

Total 635건 5 페이지
No 제목 이름 작성일 조회
575 감사밖에는 없습니다. (2017.07.02) 인기글 pastor 07-18 491
574 기도하면 다 되고 기도하지 않으면 다 안 된다. (2017.06.25) 인기글 pastor 07-18 520
573 나 아닌 너를 위하여 (2017.06.18) 인기글 관리자 06-17 461
572 옳음이 옳음 되기 위하여 (2017.06.11) 인기글 pastor 06-17 481
571 큰 나무 (2017.06.04) 인기글 pastor 06-04 465
570 나와 너, 그리고 우리 (2017.05.28) 인기글 관리자 05-29 466
569 무서워할 줄 모르는 사람들 (2017.05.21) 인기글 관리자 05-29 465
568 그래도 괜찮은 것인지 … (2017.05.14) 인기글 관리자 05-14 444
567 모든 것이 하나님의 은혜이다. (2017.05.07) 인기글 관리자 05-07 484
566 안식년 (2017.04.30) 인기글 관리자 05-07 470
현대사회 개인·집단 트라우마 심각…건강한 관계맺기 중요 (2017년 1월 20일 국민일보) (2017.04.02) 인기글 pastor 04-03 511
564 교회의 임직자를 세우면서 (2017.03.26) 인기글 pastor 04-03 517
563 야위신 주님과 살찐 나 (2017.03.19) 인기글 관리자 03-22 536
562 독소 배출 (2017.03.05) 인기글 관리자 03-07 502
561 하나님 앞에 드러난 민낯 (2017.02.26) 인기글 관리자 03-07 514
게시물 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