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꽃이 피었어요 (2016.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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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16-10-09 19:14 조회542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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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아내가 뉴질랜드에 살면서 경험한 것 중에 씨앗과 생명에 대한 감흥은 가장 남달랐다.
웰컴베이(Welcome Bay)에 살 때 아내가 단감을 먹고 반신반의하며 감 씨앗을 화분에 심었는데 어느 날
그것이 싹이 나고 자랐다. 제법 커서 앞마당에 심었었는데 이사한 후에 언젠가 그곳을 지나다가 꽤 크게 자
리를 잡고 있는 감나무에 작은 단감이 열린 모습을 보면서 흐뭇한 웃음이 지어졌다.

또 한 번은 수입되어 온 한국의 배를 먹고 너무 맛있어 하던 아내가 또 씨앗을 심었는데 그것도 싹이 트고 자
랐다. 6년 전인가 파이스파(Pyes Pa)로 이사하면서 배나무를 옮겨 갔다. 해마다 봄이면 기다렸는데 뿌리
를 내리고 5년 가까이 지났는데도 꽃은 피지 않았다.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지금의 오로피(Oropi)로
이사를 오면서 다시 조심스럽게 떠 와서 이식했다. 역시나 한 해가 지나도 그대로였다.

그런데 올 봄 몇 개 안 되지만 배꽃이 피었다.
접붙임을 하지 않았으니 작은 돌배가 열리겠지만 무려 7년 만에 꽃을 피운 것이다.
그 기분을 뭐라고 할까? 하루에도 몇 번을 가까이 가서 배꽃을 보고 또 가서 보고 또 보았다.
말 못하는 수목이지만 희망에 대한 기대를 저버리지 않은 것이 너무도 고마웠다.
그 꽃이 후일 열매로 변할 것을 기대하니 마음이 더 기쁘고 열매가 미리 보여서 너무 좋았다.
무엇보다도 꽃이 피게 하신 하나님께 감사했다.

배나무에 꽃이 핀 것 가지고도 감동에 마음이 들먹여지는데 사람이 은혜를 받고 새로워진다면 꽃이 피는 것
보다도 더 큰 감동과 더 큰 기쁨이 될 것이다. 하지만 사람이 변화한다는 것은 기적이다. 나만 보더라도 사람
은 안 바뀐다. 바뀌더라도 절대로 쉽게 바뀌지 않는다. 바뀌고 변화한 것 같은데도 때로는 변화를 멈추어 버
린다. 자신이 주관을 가지고 살아온 삶의 방식과 삶의 태도를 바꾸면 삶의 균형이 흐트러지고 삶의 리듬이
깨진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자연은 하나님의 능력과 섭리로 사시사철 계절을 따라 생명과 스러짐을 반복하며 변화하지만 사람은 변화의
때가 별도로 정해진 것은 아니기 때문에 은혜만 받으면 언제라도 변화할 수 있다.
딱딱한 가지에 물이 오르면 굳은 가지의 살을 헤집고 생명의 싹과 꽃이 움트는 것은 언제 봐도 신비롭다.
강퍅함과 교만과 무지로 굳어버린 내면을 뚫고 영적 생명이 싹을 내고 꽃을 피웠으면 참 좋겠다.
반드시 은혜 받아야만 하는 이유다.

보고 싶다. 생명의 힘을.
보고 싶다. 생명이 틔워내는 꽃을.
보고 싶다. 생명의 결실로 맺힌 열매를.
그리고 하나님께 감사를 돌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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