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규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현빈, 정재영, 조재현 등의 배우들이 열연했던 <역린>이라는 영화를 보았다. 

비운의 인물 사도세자의 아들 정조는 왕이 되었으나 젊은 대왕대비와 훈구대신들의 위세와 비협조에 많은 농락을 당하면서도 왕으로서의 정사(政社)를 돌볼 힘과 능력을 배양하여 통치한 왕이며, 조선왕조 역사에 르네상스적인 부흥을 일으킨 인물이다. 

<역린>을 보면서 길게 여운을 남기는 대목이 있어서 메모로 남겨 두었었는데 ‘중용 23장’이다. 

“작은 일도 무시하지 않고 최선을 다해야 한다. 최선을 다하면 정성스럽게 된다. 정성스럽게 되면 겉에 배어나오고, 겉으로 드러나면 이내 밝아지고, 밝아지면 남을 감동시키고, 남을 감동시키면 이내 변하게 되고, 변하면 생육(生育)된다. 그러니 오직 세상에서 지극히 정성을 다하는 자만이 나와 세상을 변하게 할 수 있는 것이다.” 

 

중용(中庸)은 유교의 개념인데 지나치거나 모자람이 없으며, 어느 쪽에도 치우치지 않음을 뜻하는 말이다.  

장강(長江)의 뒷물이 앞물을 밀어내듯이 내일에 머물러 있던 시간이 흘러 오늘이 되면서 오늘을 어제로 만들어 버린다.  

시간은 절대 나를 기다려주지 않는다. 내가 무엇을 하며 시간을 보내든 시간은 자기 할 일을 할 뿐이다.  

시간은 자신을 선용한 자에게는 보상을 하지만 자신을 홀대하여 무의하게 보낸 자에게는 칼날이 되어 보복한다. 

다 아는 것 같아도 모르는 것이 더 많은 게 인생이다. 다 할 수 있을 것 같아도 못할 것이 천지에 널려있다. 

그런데 알량한 지식과 조롱박만한 경험주머니와 꼴 같지 않은 능력을 신(神)으로 믿고 껍죽댄다. 

 

많은 사람들이 뭔가 바뀌기를 원하지만 욕심이 앞서서 한꺼번에 전부 다, 또는 많이 바꾸려 한다. 

하지만 우리 인생에서 그렇게 한 방에 되는 일은 거의 없다. 

바뀌어야 할 것이 분명하다면 온 정성을 다해 하나씩 배워가고, 그 배운 것을 하나씩 삶으로 표현할 때 바뀐다. 

나도, 가정도, 사람도, 세상도 그렇게 바뀌는 것이다. 

 

열 발자국 전진했다가 아홉 발자국 뒤로 물러났다 해도 이전보다 한 발자국은 더 전진한 것이다. 

우리 내면세계의 틀, 습관, 생각, 논리, 언어, 행동, 라이프 스타일이 그리 쉽게 변화하겠는가? 

변화에 실패하는 가장 큰 원인은 조급함과 욕심껏 서두름 때문이다.  

하고 싶지 않은 이유가 99가지라고 해도 반드시 해야 할 이유가 한 가지라도 있으면 해야 한다.  

변화의 물꼬와 변화의 급물살은 그렇게 한 가지에 지극히 정성을 다하는 사람을 통해서 일어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