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으로 책을 사서 읽어라. (2014.0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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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14-04-27 16:52 조회993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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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부, 신학원, 대학원생으로 10여 년 동안 공부하는 학생의 위치에 있을 때도 있었고 가르치는 자로 설 때도 있었다.
그 과정에서 내 손에, 내 눈에 늘 함께 했던 것이 책이다. 목회를 하는 동안에도 책은 내 손을 떠나지 않았다. 전에는 화장실에서도 옴비버스 형식의 짧은 글들을 읽곤 했는데 어쨌든 한 가지 일만(?) 하자는 마음으로 지금은 그렇게 하지 않는다.

나는 공부를 잘하지는 못했지만 신학에 입문한 후 내 손에는 습관적으로 자주 책이 들려졌다.
내게 있어서 경건과 학문은 동반자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가난한 신학생이었다.
1985년 교육전도사로 처음 교회를 섬기면서 받은 사례비(?)가 5만원이었다.
십일조와 한 달 분의 헌금을 미리 떼고, 책 한 두 권 사고 나면 교통비도 안 되는 금액이었다.
그래서 학교에서의 내 점심은 거의 라면이었다. 그래서 어쩌면 지금도 그 라면이 내 곁에 있는 것 같다.
교수들이 구입하라는 책에서부터 추천하는 책과 개인적으로 꼭 보고 싶은 책들을 구입해서 읽기에는 내 주머니 사정은 어림도 없었다. 그래서 늘 도움을 받던 곳이 도서관과 서점이었다. 특히 종로서적, 교보문고, 기독교 서점, 그리고 청계천 거리의 중고 책방들은 늘 내 발걸음을 잡아당겼던 곳들이었다. 서점의 한쪽에 서서, 때로는 쭈그리고 앉아서 한 페이지씩 넘기다 보면 책이 한 권 두 권 넘어가기도 했다. 내 서재의 한쪽 벽을 메우고 있는 책들의 거의 대부분이 단행본(낱권)인 까닭도 전집은 엄두도 못 냈기 때문이다.

가난했지만 없는 돈을 털어서 책을 샀던 것은 지금도 잘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지금도 넉넉하지는 않지만 그때 어떻게 살았을까 하는 마음에 지난날을 회상해 보면 모든 것이 하나님의 은혜였음에 감사드린다.

선물로 받은 책 가운데 내 기억에 남는 책들이 몇 번 있었다.
첫째는 내 어릴 적에 부모님들께서 73권으로 된 세계 문학전집을 사 주신 것이다. 그때 받은 문학의 감명은 내 인문학의 기초를 다지게 했다. 두 번째는 아내가 내 생일에 박윤선 박사 주석 전집을 선물해 준 일이었다. 당시에는 큰 금액이어서 마음에만 담아 두었었는데 감사한 마음으로 받았다. 세 번째는 지난해에 교우들이 마음과 손을 모아 칼빈, 매튜 헨리, 그랜드 종합 주석을 구입할 수 있도록 목회자를 섬겨 주신 일이었다. 지금도 책에 대한 갈급은 늘 있어서 인터넷 서점을 찾을 때가 많다. 디지털 시대인 요즘은 전자북도 있지만 한참을 읽다 보면 눈이 시큰거려서 불편하다. 내 경우에 있어서 역시 책은 책장을 넘기며 얻는 사색의 기쁨과 맛이 더 있는 것 같다.

내가 나에 대해 이런 긴 이야기를 말하는 것은 책 읽으라고 하는 얘기다. 
먹고 마시고, 원하는 일에도 돈은 써야 하지만 책을 사는데 돈을 써야 한다.
특히 어린이, 학생, 청년의 때에 책을 사는 데에 돈을 많이 써야한다.
돈을 들여 구입한 책의 내용들이 내 안에 들어와 용해되고 그렇게 쌓여 가면서
어느 날 때가 되면 모든 것이 하나의 힘으로 나타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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