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과 삶을 유심히 보면 세상 모든 것에는 결이 있음을 알게 된다.
그리고 그 결에 새겨진 무늬는 그것의 삶을 말해준다.
나무에는 나뭇결이 있고, 부는 바람에도 바람결이 있고, 호흡에도 숨결이 있다.
그리고 사람마다 사람결이 있고, 또한 그 안에 마음결이 있다.

나무의 밑둥치를 가로로 자르면 나이테가 나타나고, 나무를 수평으로 길게 자르면 그 나무의 인생 여정을 보여주는 나무의 결이 나타난다. 굵고 넓은 나이테는 그 해에 나무의 삶이 평탄했음을 의미하고, 나이테 간격이 촘촘하고 비틀려 있으면 그 해 나무의 삶이 고단했음을 의미한다. 그리고 나무를 조각하는 사람들의 말에 의하면 결이 아름다운 나무는 한 나무 안에 서로 다른 결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그 나뭇결 안에는 내리쬐는 햇빛과 쏟아 붓는 비, 더위와 추위의 시간들이 담겨져 있다. 나무들은 자연이 자신에게 어떻게 대하든지 거부하지 않고 그 모든 것을 촘촘히 받아들이고, 자신의 몸 안에 짜 넣은 결들은 서로 밀고 당기기를 반복하고, 오랜 시간 서로 비틀리고 엇갈리면서 비로소 판이 아름다운 나뭇결을 만들어낸다. 단순 목재로 쓰기 위한 나무는 빠른 시간 안에 곧고 굵게 자라면 되지만 사랑받는 나무들은 겉 성장보다는 속살의 결이 아름다워야 작품으로 가치를 인정받게 된다.

우리에게는 저마다 자신의 영혼과 삶에 상처입고, 찢기고 때로는 끌로 파서 아로새겨진 속 깊은 결들이 있다.
그때는 분명 아팠고, 뒤틀림에 너무 고통스러웠고, 힘이 들었고, 절망했었는데 세월이 흘러 지나온 삶의 발자취를 다시 되돌아보니 그때 그 아픔과 상처들이 뒤틀려 내 인생에 더없이 아름다운 무늬로 새겨져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노인의 이마에 굵게 패인 주름이 지나온 삶의 질곡을 말해주는 것처럼 인생에 깊게 패인 결이 그 사람을 말해준다.

나무의 몸에 박힌 가지의 그루터기와 같은 옹이는 나무를 볼품없게 만드는 것 같다.
그런데 그 옹이가 얼마나 단단한지 나무의 한 부분을 지탱해 준다.
우리의 삶 안에 뿌리를 박고 내 삶을 볼품없이 만드는 것 같은 옹이 때문에 인생을 가치 없게 여기는 사람도 있고, 그 옹이 때문에 땔감 같았던 자신의 삶을 강단(剛斷) 있게 만들어 가는 사람도 있다. 선택은 자기 몫이다.

예수님은 누가 시키지 않았어도 우리를 죄악에서 구원하시기 위하여 스스로 하나님 됨을 내려놓으시고 사람이 되어 이 땅에 오셨다. 그리고 우리의 원죄와 삶의 죄를 다 용서하시기 위하여 십자가에 매달려 속죄의 어린 양으로서 죽으셨다.
우리 모두는 주님의 낮아지심과 십자가의 고난을 통해 아로새겨진 ‘고난의 결’을 믿음으로 하나님께 나아가게 되었고, 오늘 하나님을 아바 아버지라 부르게 되었다. 우리 죄를 대신하여 죽으신 주님의 고난에는 ‘구원의 결’이 새겨져 있다. 주님께서 당하신 매 맞음과 침 뱉음과 조롱과 억울함마다 신령한 옹이가 맺혔다. 그리고 주님은 ‘자기를 부인하고 자기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르라.’고 하신다. 순종할 때 우리에게도 신령한 결과 옹이가 생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