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면 (2013.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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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13-10-07 03:26 조회995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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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면 낮아진다.
위에서 내려다보는 우쭐거림과 경멸과 무시하는 눈이 아니라
아직까지는 올라올 수 없는 상대를 생각하여 그의 낮은 키 높이까지, 내 눈높이를 낮추어 맞춰준다.

사랑하면 이해한다.
내 성격, 스타일, 삶의 방식, 내 형편이나 입장과 다른 줄 알면서도
그 사람의 마음속에 들어가 보고 그 사람의 신발을 신어본다.

사랑하면 속도를 늦춘다.
내 생각의 흐름이나 내 삶의 속도와 맞지 않는다고
책망하거나 재촉하지 않고 오히려 내 속도를 늦추어 나란히 달린다.

사랑하면 겸손해지고 희생으로 섬긴다.
내 무릎을 꺾어 상대의 발바닥까지 내려가도 굴욕스럽지 않은 까닭은
사랑이 겸손함으로 섬기게 하기 때문이다.

사랑하면 힘들다.
때로는 필설로 다 할 수 없는 힘듦 속에서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는 사랑해보지 않은 사람들이 느끼지 못하는 기쁨이 있다.

사랑하면 용서한다.
사람들은 누구나 자신의 기준과 규칙들로 만들어진 '나의 세계'가 있다.
용서란 그런 나의 세계에 충격을 가하고, 망가트리고 뒤엉키게 만든 나와 다른 그 사람과 그의 세계를 관용하는 것이다.
사랑하니까.

사랑하면 이전에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인다.
무심한 눈으로 지나쳤던 누군가의 일상들, 누군가 힘들어 하고 아파하는 마음과 삶,
그리고 사랑받아야 할 나 자신까지도 보인다.

사랑하면 보상받으려고 하지 않는다. 그냥 주는 것으로 만족하기 때문이다.

사랑하면 전혀 못할 것 같은 일들을 해 낸다.
왜냐하면 내가 그렇게도 못한다고 외쳤던 이유보다 사랑이 더 크기 때문이다.

세상이 각박하다고 한다. 인간관계가 메말랐다고 한다.
그런 세상이 되도록 자신도 적극적으로, 또는 암묵적으로 동조했으면서도
그렇게 말하는 것은 제 얼굴에 침 뱉는 것과 같다.

사랑이 소중한 가치라는 것은 다 알지만 행하기가 어렵고, 지키기가 힘들다고 사람들에게서 버려진다.
그렇게 식어진 사랑 덩어리와 깨진 사랑의 파편들이 길거리 여기저기를 굴러다니고, 후미진 골목 귀퉁이에 처박혀 있다.
그래도 누군가는 버리지 않아야 하고, 포기하지 않아야 되는 가치가 사랑이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인간관계가 얼마나 삭막한지
마치 서슬이 퍼런 예리한 칼날 같은 이해관계만이 ‘나와 너’ 사이에서 양날을 세우고 있다.
조금만 잘못 움직이면 베일 것만 같아서
다들 힘들다고 사랑을 버리고 포기한다면
사랑이 식어진 거리에 서 있는 사람들의 얼굴에는 가식만 남게 될 것이다.
사랑해야 하는 이유를 굳이 말하자면 사랑하니까, 또한 사랑할 수 없으니까 사랑하는 것이다.

주님께서 ‘나’를 그렇게 사랑하셨다.
나를 구원하기 위해 겸손하게 자신을 낮추셔서 이 땅에 오셨고,
나의 허물 때문에 대신 찔림을 당하셨고,
나의 평화를 위해 징계를 받으셨고,
나의 치유와 회복을 위해 대신 채찍에 맞으셨다.
나의 약함과 어리석음을 이해해주셨고,
나의 죄와 허물을 용서해주셨고, 부끄러운 손을 잡아주셨고, 아무 말씀하시지 않고 그냥 품에 안아주셨다.

그 사랑의 모습을 나를 낳고 길러주신 부모님들이 가장 근접하게 보여주셨으며,
오늘 나 역시 세상의 모든 부모들처럼 내 사랑하는 자녀들에게
‘사랑하면’ 이라고 하는 그 사랑 때문에 아낌없이, 이유 없이 손을 펴서 모든 것을 다 베풀고 섬기고 있다.

‘사랑하면’ 세상에 아까울 것도 못할 것도 없다. 사랑하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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