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샘바람 (2013.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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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13-09-30 04:53 조회903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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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 사람들은 9월 1일부터 봄이라고 말한다.
봄소식을 전하는 꽃들이 하얗게, 노랗게, 빨갛게, 보랏빛 등 너무도 예쁜 형형색색으로 피어나는 것을 보면서 마음이 한결 밝아진다. 하지만 꽃이 필 무렵 꽃이 피는 것을 시샘하는 꽃샘바람이 어김없이 찾아온다. 그 세찬 비바람에 활짝 핀 꽃들이 입을 다물고 고개를 숙이고 떨어진다. 아직 벌이랑 나비랑 찾아들지도 않았는데 그렇게 스러진다. 미처 다 피지도 못한 꽃봉오리들도 부들부들 떤다. 하지만 이제 막 올라오는 연약한 꽃대에서부터 아직 세상에 자태를 드러내지 않은 뿌리 속 꽃송이들이 아직도 많이 남아 있다. 그래서 꽃샘바람이 불어도 꽃송이들은 계속해서 피어나고 웃을 것이다.

바람이 나뭇가지 사이를 비집고 들락날락거리는 소리가 거슬리게 들린다.
그렇게 세찬 바람이 불고 난 다음날 주위를 둘러보면 비바람에 꺾여 흩어진 나뭇가지의 잔해들이 사방에 널브러져있다. 이번 주에는 잔디를 깨끗이 깎자마자 세찬 바람에 떨어진 나뭇가지들로 깨끗해진 자리가 정신이 사나울 정도로 어지럽게 되었다. 하지만 꽃샘바람이 아무리 거세었어도 연약한 꽃송이의 뿌리까지 뽑지는 못했으며 또한 나무의 본체를 부러뜨리지 못했다.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믿음을 갖는다는 것은 내 결단과 의지 이전에 전적으로 하나님의 은혜로 주어지는 선물이다.
그래서 한 사람이 믿음을 갖는다는 것은 하나님의 사랑의 선택이며, 신비이다.
꽃이 피지 않은 꽃대에서 시작한 소망이 꽃이 피면 더 사랑스럽다.
하지만 꽃샘바람이 불듯이 마귀는 우리 믿음을 시샘하는 바람을 일으킨다.
그래서 은혜 받고 난 다음에 시들고, 떨어진 믿음의 꽃들이 생겨난다.
마귀는 우리의 믿음을 떨어뜨리려고 먼저 내 자신의 마음을 혼란스럽게 하고, 사람과 환경을 이용하여 이성에 부합하고, 현실에 딱 맞는 상황들을 믿음과 대조시킨다. 그 절묘한 조작에 결국 믿음이 꺾이고 떨어지게 한다. 바람이 지나간 자리에 떨어진 믿음의 꽃송이와 꽃잎들, 떨어진 가지들을 볼 때면 찢긴 마음 틈새로 시린 바람이 분다.

믿음의 꽃이 활짝 피었다가 떨어진다. 이제 막 믿음의 꽃봉오리가 맺혔는데 피지도 못하고 꽃대가 꺾인다.
마귀의 바람이 개인에게, 가정에, 삶에, 교회에 부는 날이면 각자 자기 몫의 영적 전쟁이기는 하지만 목회자로서 더 많이 기도하게 된다. 심한 바람이 불 때는 완숙한 꽃들도 떨어지고, 부러지지 않을 것 같은 가지들도 꺾인다.
그런 모습들을 볼 때마다 생각이 더 깊어지고 또한 단순명료해진다.
더 가슴이 미어지는 것은 마귀가 얼마나 교묘한지 생명이 없는 가짜 꽃모양을 하고 피어있게 한다는 것이다.
더 슬픈 것은 그 가짜 꽃이 진짜 꽃인 줄 알고 피어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아직 끝이 아니다.
계속해서 피어나는 믿음의 꽃들이 있고,
생명보자기에 싸여있는 내일의 꽃봉오리들이 따스한 날의 기운을 받아 고개를 내밀 것이기 때문이다.

꽃이 핀다. 꽃샘바람이 분다, 꽃이 떨어진다. 그러나 꽃은 또 피어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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