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정과 빠른 속도는 젊음의 아이콘들이라고 할 수 있다. 20대, 30대의 열정 속에 빠른 템포로 달릴 때는 보이지 않아서 지나쳤던 모든 것들이 삶의 속도를 늦추면서 달리다 보니 그동안 내 인생에서 지나쳤던 디테일한 부분들이 눈에 들어온다.
한 살, 두 살 그렇게 먹은 나이가 자꾸 차오르면서 어른의 눈이 떠지는 탓인지 내 자신이든, 사람이든, 자연이든, 그 무엇 하나 그냥 지나치지 않고 의미를 묻게 된다. 감성이 섬세해지고 풍성해지는 듯하다. 전에는 책을 읽을 때 빠른 속도로 읽었는데 지금은 어떤 글귀에 이르러서는 눈동자가 고정되고 읽음이 멈춰지면서 생각이 시작된다.

「건축학개론」이라는 영화는 누구나에게 있을 법한 그리고 있었던 첫사랑에 대한 추억을 말하고 있다.
강의하는 교수의 칠판에 적힌 내용 중에 인상적이었던 것은 ‘물리적 거리, 시간적 거리, 마음적 거리’ 라는 글귀이다.
사람이 사람을 만나는 것은 인생 그 자체이다. 하지만 사람과 사람 사이에는 ‘거리’ 라는 게 있어서 금방 가까워지지 않는다. 현재 내가 있는 위치에서 누군가에게로 다가가려고 할 때 반드시 극복해야 할 것이 ‘거리’ 라고 하는 과정이다.
공간, 시간, 그리고 결정적으로 마음의 거리가 가까워지고 친밀해지기 위해서는 만남을 위한 건축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렇게 누군가 내 인생에 의미가 되면 비로소 사랑이 된다.
부부는 닮는다고 하는 말처럼 부부는 얼굴을 보면 어느 정도 마음이 읽혀진다. 그것은 공간, 시간, 마음이 서로 공유되어 살아왔기 때문이다. 그래서 남편과 아내가 각각 서로에게 의미가 되고 그 의미가 사랑이 되는 것이다.

주님은 어느 날 우리에게 다가오셨다.
내가 주님을 알지도 못하고 심지어는 주님을 거부할 때에도 찾아오셨다.
모른다고, 싫다고 해도 변함없이, 끈기 있게 찾아오셨다.
주님은 말씀을 통해서, 기도를 통해서, 사람과 환경을 통해서, 내 인생의 고통과 역경을 통해서 나를 찾아오셨다.
그렇게 우리 모두는 주님에게 의미가 되었고, 주님은 우리에게 의미가 되셨다. 이것이 구원의 건축학개론이다.

너무 자기 앞만 보고 빨리 달리면 소중한 것을 못 보고 지나치게 된다.
삶의 속도를 조금 늦추어서 달리자. 그래야 보인다. 깨닫게 된다.
마음을 가라앉힌 후 주님과 나와의 거리가 공간적으로, 시간적으로, 마음으로 어떠한지를 믿음으로 생각해야 한다.
그리고 증축을 해야 할지, 개축을 해야 할지, 다 뜯어내고 처음부터 다시 새롭게 해야 할지를 결정해야 한다.

✤ 요한복음 1:11~12
11 자기 땅에 오매 자기 백성이 영접하지 아니하였으나
12 영접하는 자 곧 그 이름을 믿는 자들에게는 하나님의 자녀가 되는 권세를 주셨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