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춤의 역설 (2013.0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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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13-07-21 14:07 조회870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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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모두는 주어진 삶이 있기에, 달려가야 할 목표가 있기에, 살아야겠기에, 숨이 붙어 있기에 온몸을 비틀어 앞으로 나아가려고만 한다. 이를 악물고 일어서려고만 한다. 도무지 멈추려고 하지를 않는다. 멈춘다는 것은 힘을 잃는다는 것이고 결국 퇴보와 죽음을 의미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일 것이다. 과연 그럴까? 우리가 살아온 삶에서 어제의 발자취와 오늘의 발걸음을 보면 가속할 때보다 브레이크 페달을 밟을 때가 훨씬 더 많았던 것 같다. 멈추어지지 않는 전진을 숭배한다면 그 속도는 무의미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멈춘다는 것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은 생각보다 우리의 의식 속에 깊에 뿌리내려져 있어서 멈춰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멈추지 못한다.

진짜 큰 힘은 멈춤에서 나온다고 말하면 궤변일까?
숨을 쉬며 심호흡을 할 때 기운을 내뿜는 호기(呼氣), 즉 날숨과 숨을 들이마시는 흡기(吸氣) 사이에도 얼마간의 멈춤이 있을 때 비로소 호흡에 힘이 생긴다. 무거운 물건이든 삶이든 뭔가 힘을 들여야 할 때도 우린 호흡을 멈추고 숨을 고르며 심호흡을 한다. 심기(心氣)를 새롭게 해야 일을 이룰 수 있기 때문이다. 음악도 쉼표가 있어야 음악으로서의 완성도와 여운을 즐길 수 있다. 동작의 연속인 춤도 정지의 순간이 없으면 아름다운 춤으로의 동작이 성립되지 않는다. 우리의 삶 역시 다르지 않다. 잠시의 멈춤이 더 멀리, 더 오래, 더 능력 있게 달릴 수 있는 힘을 만들어 준다. 일상으로부터의 멈춤이 적절하게 이루어지지 않고 무의미한 삶과 행동이 반복되고, 이러한 무의미가 쌓이고 쌓이면 결국 약한 곳에서부터 삶이 터지고, 결국 탈진하게 된다. 달리는 것만큼이나 깊이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 멈춤에 대한 인식이다.
실제적으로 우리 모두에게는 안식이 필요하다. 그 까닭은 우리 인생이 결코 단거리 질주가 아니기 때문이다.

컴퓨터에는 정리한 파일들을 묶어 놓는 ‘폴더’(Folder)를 생성할 수 있는 기능이 있다. 만약 폴더가 없다면 중요한 자료들이 조각조작 어지럽게 늘어져 있게 될 것이고, 분명히 있기는 있는데 못 찾거나 찾는데 애타게 될 것이다. 우리 마음과 삶에도 내게 있어 소중한 것들을 정리해 둘 수 있는 해피니스 폴더가 필요하다. 그것이 멈춤의 폴더이다. 하지만 멈추는 것은 두렵다. 마치 삶의 팽팽한 줄이 끊기는 것 같고, 뒤쳐지는 것 같고, 계획이 늦어지는 것 같다는 생각 때문이다. 사실은 정반대인데도 그렇게 생각하고 살아간다. 자동차도 기름이 완전히 떨어지거나 고장이 나면 내 의지와 달리 강제로 멈춰 서게 된다. 사람도 큰 병이 나면 영원히 멈춰 선다. 힘이 남아 있을 때 멈추어야 더 큰 힘으로 다시 일어설 수 있다.
멈춤은 용기이다. 지쳐서 멈추는 것이 아니라 모든 것이 괜찮다고 여겨질 때 멈추어 주어야만 모든 것이 더 괜찮아지게 될 것이다.

사람들은 돈을 벌 수 있을 때 벌어야 하고, 달릴 수 있을 때 최대한 전속력으로 달려야 한다고들 한다. 하지만 가장 잘 될 때, 가장 스피드가 붙었을 때 속도를 늦추고 멈춰보자. 오늘 우리에게는 멈춤의 역설에 대한 지혜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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