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飛上)을 위한 날갯짓 (2013.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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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13-07-07 13:38 조회878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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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주위를 운동 삼아, 산책삼아 하루 열 바퀴씩 돌면 대략 50여분 소요되는 데 그 짧은 여정에 집 주변 울타리 나무와 숲속에 서식하는 여러 새들을 만나게 된다. 내게 있어서는 아주 작은 기쁨인데 걷다 보면 텃새인 참새에서부터 산비둘기, 때로는 내 발자국 소리에 놀라 기겁을 하고 외마디 소리를 지르고 날아가는 아름다운 색깔의 수꿩 장끼, 까마귀 같아 보이는 투이(Tui), 모양과 체색(體色)은 비둘기 같은데 그보다 열 배는 더 커 보이는 새, 그리고 내가 걸어가는 바로 앞에서 꼬리 날개를 치면서 마치 나를 유인하여 자기의 둥지에서 멀리 떨어지게 하려는 듯 보이는 작은 새, 또 작지만 색감이 예쁜 새 킹 피셔(King Fisher) 등 많은 새들이 눈앞을 오고간다.
여러 달 전에 잉꼬 한 쌍이 유유히 이 나무 저 나무를 오가는 것 같더니 언제 알을 낳고, 부화하고 자랐는지 어느 날 작은 잉꼬 새 몇 마리가 전력을 다해 작은 날개를 흔들며 비행한다. 둥지가 높이 있는지 높은 나무를 오르는데 한 번에 오르지 못하고 몇 번에 걸쳐 힘겨운 날갯짓을 하며 나뭇가지 위를 오른다. 아직 날개가 작아 숨이 차 보였는데 그렇게 여러 날 비행 연습을 하더니 능숙하지는 않지만 작은 날개를 힘차게 퍼드덕거리며 나무 사이를 왕래하며 날아다닌다. 생명의 그 몸짓이 얼마나 감동적이었는지 나도 모르게 응원과 힘찬 박수를 보냈다.

오늘 우리의 날갯짓과 비행은 어떠한가?
우리에게는 날개가 없다. 그러나 우리는 새보다 훨씬 높이, 또한 훨씬 멀리 날 수 있다.
꿈이 사람을 날게 한다. 꿈만이 우리를 높이 비상하게 하고, 멀리 날게 한다.
어떤 사람은 날개가 아예 없다. 꿈조차 꾸지 못한 것이다.
어떤 사람은 큰 날개를 가졌지만 날지를 못한다. 그저 꿈만 꾼 것이다.
어떤 사람은 날개를 접었다. 꿈을 포기한 것이다.
어떤 사람은 더 이상 날려고 하지 않는다. 꿈이 아닌 현실을 선택한 것이다.
우리는 애초에 날개가 없기 때문에 꿈이 사라지면 더 이상 비상을 위한 날갯짓을 안 하게 된다.
그리고 땅으로 내려와 땅이 삶의 주 무대가 된다.

일정 고도에 오르면 숨차게 날갯짓을 하지 않아도 공중을 유유자적할 수 있다.
공기의 흐름을 이용해 날개 끝만 살짝 틀어줘도 얼마든지 방향을 바꾸며 멋진 비행을 할 수 있다.
더 올라가야 하는데 더 이상 날갯짓을 하지 않으려 한다.
새들에게 있어서 날갯짓이 생사가 걸린 생존이듯이 사람에게도 꿈의 날갯짓은 생존이다.
하지만 어느 선에 이르면 날갯짓을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이다.
당장 먹고 사는데 아무런 지장이 없으면 꿈이 밥 먹여주는 게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돈이 들어오고 생활 형편이 지금보다 더 나아지는 것에는 열중하지만 꿈은 더 나아지려고 하지 않는다.
그래서 날갯짓을 멈추고 추락한다. 추락한 지 이미 오래 되어 땅이 훨씬 더 익숙해진 사람들이 부지기수다.

높이 오르면 생각과 시야가 넓어져서 다 보인다.
아등바등 거리지 않아도, 잔머리를 쓰지 않아도 전혀 불편하지 않다.
거기까지 날아오르기 위해 움츠렸던 날개를 펴자. 비상(飛上)을 위한 몸 털기와 날갯짓을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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