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정과 열정 사이에서 (2013.0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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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13-06-24 04:11 조회790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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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발로 서 있는 것보다 두 발로 서는 것이 훨씬 안정적이듯이 내 안의 열정과 냉정도 각각 한 발처럼 나를 버티고 있게 해 준다. 사람의 뇌와 심장은 30㎝ 거리이지만 거기서 냉정과 열정이 조화를 이루면서 삶을 만들어낸다. 만약 이 둘 사이에 균형이 깨진다면 되는 대로 살게 되어 있다. 자기는 목표가 있다고 하지만 그건 자기 생각일 뿐이다. 머리만 돌리면 자신과 주변이 삭막해지고, 가슴만 뜨거우면 속없이 타서 연기만 피어오르게 된다. 날개 잃은 새가 추락하듯이 균형을 잃으면 곤두박질치게 되어 있다. 하지만 냉정과 열정 사이에 균형을 잡는다는 것이 말처럼 쉽지가 않다. 그래도 해야 한다.

아내와 함께 일주일에 한 번 정도 웰컴베이 핫풀에 가곤 한다. 요즘은 기온이 차가워져서 탕 속에 들어가면 뜨뜻한 물의 온도가 여느 때보다 더 좋게 느껴진다. 조금 있으면 온 몸의 세포가 느슨하게 되면서 편안해지고 발에서부터 올라온 열기가 얼굴과 머리를 덥힌다. 그때 찬바람이 얼굴을 스치고 지나가면 얼굴과 어깨 윗부분은 다시 긴장감이 돌며 팽팽해진다. 냉정과 열정의 균형이라고 생각한다. 이 균형은 삶에도 반드시 필요하다.

우리는 자신에게 주어진 삶의 목표를 정하고 나름대로 열심히 달려간다. 그러나 항상 그렇지만 전력질주보다 더 중요한 것은 달려가는 방향이다. 누구나 스스로 삶에 취해 있다. 그러지 않고서야 자기 인생을 만들 수 없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옳고 그른 것인지를 구분 못할 만큼 삶 자체에 빠지는 것은 위험하다. 자신은 최선이라고 몸부림치고 달려가지만 그것이 늪에 빠져서 허우적거리는 것이라면 가라앉는 것은 시간문제이다. 그때 어디선가 나를 건져내 줄 구원의 밧줄과 같은 찬바람이 필요하다. 그 바람이 잠든 ‘냉정’을 깨울 것이다. 그런데 그 찬바람이 싫단다. 그래서 가슴만 가지고 살려고 한다.
냉정이 옳고 그름에 대한 가치 판단의 기준이 아닌 오직 자신의 실리(實利)를 추구하기 위한 잔꾀로 전락한다면 그 ‘냉정’은 값 싼 싸구려가 되는 것이다.

자기 자신에게서 스스로를 띄어 놓고 보는 것은 혜안(慧眼)이 필요하다. 반복된 훈련이 만들어 낸 지혜의 눈이다. 만약 내가 나를 관리하지 않으면 남이 짜 놓은 계획에 의해 관리를 받을 수밖에 없게 될 것이다. 더 늦기 전에 내 일상의 모든 현실도 한발자국 뒤로 물러나서 전체를 조망해 보아야 한다. 숲과 나무는 별개가 아니고 하나이기 때문이다. 신체적인 눈은 혹 외눈일 수 있어도 내면의 눈은 입체적이어야 종합적이고도 세부적인 판단을 하게 된다. 그래야  조감도를 그리고, 설계도를 만들고, 실제 내 삶의 건물들을 건축할 수 있다.

오늘 내 머리와 가슴을 뜨겁게 하는 것이 무엇인가?
나는 무엇을 위해, 무엇을 향해 이처럼 하루하루 달려가고 있는 것일까?
존재 의미와 삶의 의미가 명확하지 않으면 하루하루 살아온 시간들이 나중에 무의미해질 수 있다.
그러므로 냉정과 열정 사이의 균형을 잡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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