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2일 주일 예배를 마치고 청년들과 1박 2일의 가을나들이 시간을 가졌다.
예전에 갔던 Ohope Beach Resort 펜트하우스를 빌렸는데 저녁에 도착하여 리셉션에서 숙박비를 계산하려고 하자 내일 체크아웃할 때 계산하란다. 몇 명이냐고 묻기에 여덟 명이라고 했는데 실제적인 인원 점검도 안 하고, 우리말만 믿고 여덟 명이라고 믿는다. 우리는 우스갯소리로 한국 같았으면 어림도 없는 일이라고 했다. 물론 예약할 때 신용카드 번호를 기록해 놓기는 했지만 그것은 안전장치가 아닌 형식적인 절차에 불과했다. 사람의 말을 믿고 사람을 믿는 저들, 과연 뉴질랜드답다는 생각이 새삼 들었다.

부부, 부모와 자식, 형제자매, 친구, 이웃이 서로를 믿지 않는 일에서부터 사람을 속이는 일을 직업적으로 하는 사람들이 곳곳에 포진하고 있어 속이려는 사람들과 속지 않으려는 사람들, 그리고 속고 난 후에 또 자신도 누군가를 속이는 대열에 합류하고, 믿지 못하는 불신 풍조가 창궐해지면 병든 사회이다. 속이려는 사람에게서 상처를 받고, 금전적 손해를 보고, 또 가만히 당하지만 않으려고 고소고발을 하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사회는 늘 어둡다.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는 속담처럼 사람 속은 겪어보기 전에는 판단할 수 없기에 우리는 일반적으로 사람과 사람의 말을 첫 번에 또는 단번에 믿지 않는다. 사람이 사람의 말과 사람을 믿지 못하는 것은 마음 아픈 일인데 그것이 자연스러워져 있다. 그것이 마음을 더 깊이 벤다.

‘믿는다’의 한자 ‘신’(信)은 사람 인(人) 변에 말씀 언(言)으로 되어 있다.
사람을 믿는다는 것은 곧 그 사람의 말을 믿기에 가능한 것이다.
말은 사람과 사람을 깊이 연결시켜 주기도 하고, 때로는 사람을 힘들게 한다.
상대의 말이 믿어지지 않으면 사람 자체를 신뢰할 수 없게 되기에 사람을 믿는다는 것은 큰 기쁨이며, 또한 두려움이기도 하다. 그래서 어떤 사람은 처음부터 사람을 믿고 시작하고, 어떤 사람은 사람을 의심하면서부터 시작한다. 어느 한쪽을 일방적으로 옳고 나쁘다고 말할 수 없다. 왜냐하면 우리가 사는 세상과 사회는 정의와 정직함을 최고의 가치로 인정하지 않는 일들이 비뚤어진 일들이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사람을 불신하고, 그래서 불신이 당연시 되는 불신사회의 반증들이 너무 많다.

오늘 나는 누군가에게 믿을만한 사람인가?
그것은 내 말의 진실 여부, 진심 여부에 달려 있다.
습관적 거짓말에서부터 계획적인 거짓말에 이르기까지 거짓말은 자신과 상대 모두를 부패하게 하기에 모든 형태의 거짓말을 버리기를 힘써야 한다.

말은 진실해야 한다. 그리고 자신의 말에 대해 책임을 질 수 있어야 한다.
혹 실수한 말일지라도 책임을 질 때 믿을만한 사람이 된다.
그렇게 신용인간이 늘어갈 때 신용사회가 만들어져 간다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