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교회 Garage & Food Sale를 앞두고 당일 비가 올 확률이 100%에 이른다는 소식에 날짜별, 시간대별의 날씨 예보에 촉각이 곤두세워졌다. 물론 하나님의 초자연적인 능력으로 날씨를 좋게 해달라는 간곡한 기도도 드렸다. 그런데 기도를 하다가 갑자기 머쓱해졌다. 왜냐하면 내가 짜 놓은 기도 속으로 하나님의 능력을 끌어들이는(?) 것이 민망해졌기 때문이다. 그래서 당일 행사가 하나님 보시기에 합당하면 가장 적당한 은혜를 달라고 기도하면서 모든 것을 하나님께서 하실 수 있도록 조급함을 내려놓으니 평안이 임했다.
행사를 위해 준비한 교우들은 당일 새벽부터 나와 수고했는데 7시~8:30분까지 비가 오지 않았고 그 사이에 큰 물건들은 거의 다 팔려 나갔다. 그리고 비가 오기 시작한다. 하지만 누구의 얼굴에도 당황하는 기색이 없이 상황에 맞춰 적절하게 자리를 옮기고, 임기응변으로 천막과 천막 사이에 간이 천막을 설치하고, 음식을 담당한 교우들은 호떡, 오뎅(어묵), 떡볶이, 만두를 쉴 새 없이 조리하는데 불티나게 팔려 결국 재료를 두 번이나 더 주문할 정도로 바빴다. 그렇게 비가 많이 오는데도 많은 교우들이 들여다보고, 음식을 사 가고, 지갑을 열어 기부하고, 음식 값보다 더 많은 금액을 지불하는 모습들에서 감사한 마음이 출렁이더니 하나님께 감사, 교우들께 감사, 교민들께 감사한 마음이 흘러넘쳤다. 정리하고 끝날 무렵까지도 끊임없이 사람들이 찾아들고, 그 많던 옷가지와 물건들이 뭉텅뭉텅 팔려나간다.

쏟아지는 빗소리는 오케스트라 연주였으며, 교우들의 헌신적인 수고는 협력하여 선을 이루는 합창이었다.
하나님께서 “이만하면 괜찮으냐?” 하시기에 “예, 아버지 감사합니다.” 라고 마음 속 깊이 영광을 돌렸다.

협력이야말로 개인의 창의성과 능력을 훨씬 뛰어넘게 하는 능력임을 새삼 확인하는 날이었다.
협력은 독창이 아니라 합창과 같다. 각자가 자기 고유의 목소리를 내되 다른 사람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하모니를 만들어 가는 것처럼 교우들 한 사람 한 사람의 열과 성을 다한 헌신이 이루어낸 감동이었다.
어찌 이러한 협력이 하루아침에 되었겠는가? 지난 8년간 한결같은 마음으로 한마음, 한뜻으로 손을 모아 협력한 교우들이 이루어낸 작품이다. 협력은 함께 가는 것이다. 자기를 내세우지 않고 ‘나’를 내려놓고, 비워야, 진정한 협력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협력은 최고의 인격 훈련이기도 한 것이다.

신념이 있는 사람이라면
어디서나 똑같은 신념으로 협력을 하려들 것이며,
신념이 없는 사람은 그가 누구와 함께 일하든지
대충 살아가려고 할 것이다. 협조한다는 것은
가장 높은 의미에서든 가장 낮은 의미에서든
생을 같이하는 것을 뜻한다.

- 헨리 데이빗 소로우의 《월든》(Walden)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