움켜쥔 손과 편 손 (2013.0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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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13-02-03 14:50 조회798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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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생명과 소유욕은 깊은 연관이 있는 듯하다.
갓 태어난 아기가 주먹을 불끈 쥔 것은 미지의 세계에 대한 불안감 때문일까?
자라면서 자기 손에 움켜쥔 것을 놓치 않으려는 아이의 움켜쥔 손을 비롯해서 그 움켜쥔 손에 무언가를 채우려는 욕망이 결국 죽음에 이르러서야 그 손을 펴게 되는 것을 보면 사람의 소유욕은 한없어 보인다.
움켜쥔 손을 펴고도 괜찮을 수 있다는 것을 좀 더 빨리 깨닫게 된다면 세상은 그만큼 더 밝고 함께 어우러져 살 수 있을 것이다. 내 손에 들어와야만 비로소 내 것이라는 소유욕은 사람을 욕망과 조급함, 그리고 치졸함에까지 이르게 한다. 하지만 무엇인가를 손에 움켜쥐고 살려는 마음은 모든 사람에게 가장 기본적인 욕망인데 과연 손을 펴지 않고도 살 수 있을까?
우리는 원하는 그 무엇인가를 손을 움켜쥐지 않으면 불안하다.  돌잔치 때 '돌잡이'라는 의식을 통해 아이가 무엇을 움켜쥐는 가를 보고 어른들은 막연히 내일의 움켜쥠을 상상한다. 그리고 그 아이가 자라서 학교를 다니고, 사회를 알고, 세상을 사는 동안 움켜쥐려고 하는 힘은 갈수록 훨씬 강해질 것이다. 그래서 때로는 손을 펴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못한다. 왜냐하면 나만 손을 펴고 산다는 것은 왠지 남들에게 빼앗기는 것 같고, 뒤처지는 것 같고, 내 자신이 바보같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더욱더 움켜쥔 손을 펴지 못한다. 부모 자식 간에는 부모가 일찌감치 자식에게 손을 펴기 때문에 갈등이 없으나 형제, 부부, 친구, 인간관계에서는 다 서로 자기 것이라고 판단하는 영역이 있기 때문에 대립하고 갈등하게 된다.

사람에게 있어서 역경은 가장 쉽게 스스로를 알게 되는 방법이며, 특히 고집을 버리게 하는 비결이다.
그래서 나이를 먹는 것이  인생수업이다.
인생에는 나이를 먹지 않으면 알 수 없는 것, 할 수 없는 것들이 많다. 살아오는 동안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손을 움켜쥐기도 했고, 손을 펴기도 한 경험들이 다 있다. 물론 나이를 먹으면 손에 움켜쥘 육체의 힘에서부터 꿈과 의지의 힘도 약해지지만 살아온 삶의 나이가 손을 펴야 하는 것을 가르쳐 준다. 삶의 무게가 주는 교훈이다.  그래서 나이를 먹어 욕심을 부리면 노욕(老慾)이라고 한다. 노욕은 사람을 부끄럽게 한다.

주먹을 움켜쥐면 서로 악수조차 할 수 없다.
손을 펴야 손도 맞잡을 수 있다.
움켜쥐어야 모든 게 내 것이 되는 것도 아니다. 손을 펴고 살면서 얻는 기쁨과 행복, 가벼움은 나이가 들수록 비로소 깨달아 알게 되는 중요한 인생 수업 중의 하나이다. 그것을 좀 더 일찍 깨닫는다면 좋겠는데 그게 또 젊을 때는 모르기도 모르지만 안 된다. 나이가 되지 않아서 그렇다.

주님은 우리를 위해 전지전능하신 손을 펴셨다. 그리고 내려놓으셨다.
우리를 위해 펴신 그 손에는 세상에서 가장 낮은 겸손과 섬김이 쥐어져 있었다.
그리고 우리에게 그렇게 하라고 말씀하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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