땡볕과 나무 그늘 (2012.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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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12-11-04 13:15 조회864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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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을 향해 달려가는 태양의 발걸음은 한낮의 기온을 자꾸 높이고 있다. 땀을 많이 흘리는 체질이라 그런지 땡볕의 뜨거운 날이면 조금만 움직여도 얼굴에 땀이 맺히면서 이내 주르륵 흐른다. 아내는 흐르는 땀을 보면서 빨리 샤워하라고 하는데 나는 땀이 다 식은 다음에 샤워한다. 왜냐하면 땀이 식지 않은 채로 샤워를 하고 나면 모공이 열려서인지 또 다시 얼굴에 땀이 한가득 맺히기 때문이다. 며칠 전에도 무척 더워 책을 몇 권 들고 뒷마당으로 나갔다. 그리고 피조아(Feijoa) 나무와 그레이프프루트(Grape Fruit) 나무가 어우러진 그늘에 의자를 놓고 앉아 책을 보는데 얼마나 시원한지 금방 땀이 식었다. 나갈 때는 더워서 반바지에 반팔 셔츠 차림으로 나갔는데 아내가 가져온 커피를 한 잔 마시면서 이런저런 얘기로 담소하다가 한기가 느껴져 다시 들어가 긴 옷으로 갈아입고 나올 정도로 시원했다. 나뭇잎 사이로 비치는 태양 빛의 은은함이란 금방 시라도 한 수 떠오를 것 같았다. 만약 나무를 심지 않았다면 나무 그늘도 없었을 것이다. 사람들이 나무 그늘의 시원함만 누리려 하고 아무도 나무를 심지 않는다면 세상은 땡볕에 지친 땀을 흘릴 것이다.

백만 명 이상의 팔로워를 거느리며 사람들 사이에 ‘트통령’이라 불리는 작가 이외수 선생은 <하악하악>이라는 책에서 우리에게 깊은 묵상을 주고 있다.

                              "척박한 땅에 나무를 많이 심는 사람일수록
                                나무그늘 아래서 쉴 틈이 없다.
                                정작 나무그늘의 혜택을 가장 많이 받는 사람들은
                                그가 뙤약볕 아래서 열심히 나무를 심을 때
                                쓸모없는 짓을 한다고
                                그를 손가락질하던 사람들이다."

뜨거운 날 나무 그늘 아래 쉬면서 그 시원함에 고마워하기는커녕 손가락질하는 사람이야 있겠는가? 설사 있다 해도 그러거나 저러거나 나무는 말이 없다. 왜냐하면 나무는 자기 자신을 위해 그늘을 만들지 않기 때문이다. 나무가 커갈수록 그늘도 함께 커질 뿐이다. 인생의 뜨거움을 피해 나무 그늘에서 시원함을 느낄 때는 반드시 땡볕에 얼굴을 그을리며 나무를 심었던 사람의 얼굴을 생각하며 감사해야 한다. 이러한 나무 그늘에 대한 감사가 또 다른 나무 그늘이 생겨나게 하기 때문이다. 세상에 거저 되는 일은 없다.

사람들이 하는 말에 좌우되지 않고 나무를 심으며 그늘을 만들어 가노라면 누군가 그 나무 그늘 아래에서 시원함을 얻을 것이다. 그냥 그것이면 되었다.
나를 알아달라고 심는 사람은 기껏해야 가시나무 그늘이 되지만 자신의 삶에 감당해야 할 땡볕을 사명으로 받아들이고 성실한 땀을 흘린 사람은 자신이 심은 나무가 사람들이 쉴 수 있는 그늘이 된 것으로 기뻐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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