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의 벗 (2012.0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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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12-03-11 15:05 조회792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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벗이 그립다.
사람 벗이 그립고, 책 벗이 그립다. 두고 온 산하(山河)가 그립다.

어떤 책은 손에 쥐고 그 밤이 가기 전에 덮지 못하고 다 읽는 책이 있다.
어떤 책은 지루하고 재미없어서 몇 날 며칠을 씨름한다. 꼭 읽어야 하는 책일 경우에는 더욱 힘들다.
사람도 그렇다. 마음이 맞는 사람들과 함께 있으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지루함이 없기 때문이다.
노름이나 게임, 영화보기 등과 같은 것에 빠지는 것과는 전혀 다른 멋과 맛이다. 그러나 마음에 맞지 않는 사람과 함께 한 자리에 있으면 보이지 않게 힘든(?) 에너지가 발산되어 매우 피곤하다. 하지만 돌이켜 생각해 보면 그 재미없고 지루하게 읽은 책들이 내 인생에 풍부한 사상과 철학과 흔들리지 않는 기초를 제공해주었던 것처럼 사람도 힘들고 어렵게 한 사람이 나를 더 성장시키고 깊게 해 주었다. 과연 인생 공부는 사람 공부라고 할 만하다.

인간관계, 먹는 것, 삶을 사는 방식이 좋은 것만, 편한 것만, 입에 단 맛 나는 것들만 취사선택하는 편리한(?) 사고방식이 당시는 편하고 좋지만 그것에 자기도 모르게 길들여지면 결국 그 모든 선택과 행함이 자신을 편협하게 하고, 얇고 깊이 없는 얕은 사람이 되게 한다. 실제 우리 인생은 하기 싫은 것도 해야 하고, 가고 싶지 않은 자리도 가야하고, 만나고 싶지 않은 사람도 여전히 만나면서 살아갈 수밖에 없지 않은가? 내 생각대로 되지 않는 인생의 퍼즐 조각들 때문에 애가 타며, 힘들지만 그 맞춤을 통해서 내가 깎이고 다듬어진다. 그런 힘듦이 내 인생을 빛나게 한다. 행복한 인생을 위한 경영 한 가지는 미쳐야 미친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볼 때 자신의 삶에서 나름대로 미쳐야 살아갈 수 있는 부분들이 꽤 되는 것이다. 그러니 스스로에 대한 사색(思索)이 없이 어찌 재미로만 삶을 살겠는가?

인생의 낙엽이 하나 둘 쌓이는 동안 만난 사람들에게 받은 상처와 배신, 그리고 아픔과 두려움이 많아지면 사람을 불신하게 된다. 그러나 대장장이의 불과 망치질, 그리고 담금질이 철을 단련하듯이 사람 역시 인간관계의 불과 망치질, 담금질로 사람이 되어간다. 그런 의미에서 나를 아프고 힘들게 한 내 인생의 악역을 담당한 사람들이 내게는 유익한 벗이 된 셈이다.

참 벗의 기억과 현실이 많으면 행복하다. 그래서 벗이 더욱 그립다. 진짜 벗은 아무리 오래 떨어져 있어도 반갑다. 만나면 할 얘기도 많다. 허물없이 흉금을 털어 놓아도 흉이 되지 않는다. 왜냐하면 벗은 아무 속셈이 없기 때문이다. 때로는 굳이 말아 오갈 것도 없이 바라보기만 해도 기쁨 섞인 웃음이 솟아나고 오가는 눈빛만으로도 즐거움이 넘친다.

오직 주님만이 내게 딴 속셈이 없으신 가장 좋은 벗이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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