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좋다. 가을을 주신 하나님이 좋다. (2011.04.17)

페이지 정보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11-04-17 14:29 조회1,125회 댓글0건

본문

봄, 여름, 가을, 겨울의 사계(四季) 중 어느 것 하나도 어울리지 않거나 이롭지 않거나 아름답지 않은 계절은 없다. 계절을 단순비교해서 견줄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가을이 좋다. 가을을 좋아한다. 이번 제10차 21일 새벽기도회 기간 중 새벽기도를 끝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지난해에는 지나쳤던 열매담기를 하면서 이마에 송골송골 땀이 맺혀 떨어진다. 은행도 줍고, 호두도 줍고, 낮에는 토실토실한 알밤도 한가득 주워 가을 햇빛에 말리는데 그 기쁨은 알토란같고, 부자가 된 것 같다.
가을에는 생명의 결실을 보는 즐거움, 열매를 거두는 기쁨, 그 풍성함과 수확이 마음의 주름을 잠시 펴게 한다. 그리고 봉투에 조금씩 담아 교인들에게 웃음으로 베푸는 나눔이 있어서 나는 가을이 좋다.
가을바람이 산 능선을 따라, 산길을 따라 대기(大氣)와 대지(大地)를 훑고 내 얼굴과 몸을 스쳐 지나갈 때면 흐르는 땀이 식어지고 마음과 몸이 그렇게 시원할 수가 없다. 정신없이 열매를 줍다가 불어오는 가을바람에 허리를 한 번 펴고 일어나서 푸른 잔디와 파란 하늘을 번갈아보면 어느 새 나도 모르게 넉넉하고 시원한 웃음이 얼굴에 피어나고 우주에 퍼진다.

‘가을볕은 딸 주고, 봄볕은 며느리 준다’는 다소 고약한 햇볕 차별이 있을 만큼 가을 햇볕은 유난히 좋다. 그러나 가을이 좋은 또 다른 이유는 햇살뿐만 아니라 그늘이 함께 있기 때문이다. 높고 파란 하늘, 두리둥실 떠가는 흰 구름, 투명한 햇살이 나뭇잎 사이로 따스하게 비치고 그 나뭇잎 아래에는 햇살의 밝음을 받쳐주는 그늘이 있어 가을을 가을되게 한다.

한쪽으로 치우치기 쉬운 세상살이이지만 균형을 잡아야 한다. 아무리 좋은 것도 나쁜 것도 다 양면이 있다. 햇살만 무조건 좋다고도 나쁘다고 할 수 없으며, 쉼의 그늘만 좋다고, 또한 나쁘다고도 할 수 없다. 그 좋은 햇빛도 그늘이 없으면 쉴 곳이 없고, 아무리 좋은 쉼의 그늘도 햇볕이 들지 않으면 사람들에게서 외면 받는 음습한 음지(陰地)로 남을 뿐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할 수만 있다면 자신의 삶에 햇살과 그늘을 공존시킬 수 있는 길을 생각해 보아야 한다. 나만 비취는 햇살이 아니라 남도 비춰주는 햇살이어야 하고, 내가 쉬는 그늘이면서 누군가에게도 쉼을 내줄 수 있는 폭 넓은 그늘이 되어야 한다. 이 가을 그렇게 가슴에 남고, 좋은 느낌을 주는 햇살과 그늘이 되었으면 한다.
가을이 좋다. 거두어들이는 수확의 기쁨이 있어서 좋고, 익을수록 고개 숙이는 겸손이 있어서 좋고, 하늘이 내려준 은혜에 감사할 수 있어서 좋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나눌 수 있어서 좋다. 만약 지금 나눌 것이 없다면 나중에 나눌 수 있는 다음을 기약할 수 있어서 좋다.

궁극적으로 하나님이 좋다.
가을의 풍성함과 넉넉함, 나눔의 기쁨을 갖게 하신 우리 하나님이 좋다.
그리고 가을의 좋은 햇살과 쉼의 그늘을 주신 우리 하나님이 좋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순서 제목 날짜
다음 글 제10차 21일 특새-21일 새벽꿈 (2011.04.24) 2011-04-26
이전 글 옳은 시작, 옳은 선택, 옳은 걸음 (2011.04.10) 2011-04-11

신앙칼럼

Total 635건 23 페이지
No 제목 이름 작성일 조회
305 경험의 숙성과 성숙한 삶 (2011.08.07) 인기글 관리자 08-07 901
304 꿈이 내 가슴을 뛰게 한다 (2011.07.31) 인기글 관리자 07-31 1031
303 두려움과 자만심, 그리고 용기 (2011.07.24) 인기글 관리자 07-24 868
302 나이 듦과 삶의 기술 (2011.07.17) 인기글 관리자 07-17 983
301 강아지 똥 위에 임한 예수님의 생명 (2011.07.10) 인기글 관리자 07-10 980
300 감사하는 마음-맥추 감사절을 맞이하여 (2011.07.03) 인기글 관리자 07-03 807
299 속이 없는 인생과 속이 꽉 찬 인생 (2011.06.26) 인기글 관리자 06-26 983
298 사람을 끄는 솔직한 인상(人相) (2011.06.12) 인기글 관리자 06-12 1060
297 종의 사랑을 훈련한 뒤에 왕의 사랑을 받게 될 것이다. (2011.06.05) 인기글 관리자 06-06 1001
296 영감(靈感)과 현실(現實) (2011.05.29) 인기글 관리자 05-29 915
295 믿음으로 그려가는 새 지도 (2011.05.15) 인기글 관리자 05-15 942
294 "내 새끼" (2011.05.08) 인기글 관리자 05-08 896
293 사랑한다. 하지만 그건 안 돼 (2011.05.01) 인기글 관리자 05-02 981
292 제10차 21일 특새-21일 새벽꿈 (2011.04.24) 인기글 관리자 04-26 982
가을이 좋다. 가을을 주신 하나님이 좋다. (2011.04.17) 인기글 관리자 04-17 1126
게시물 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