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들은 뒷모습까지도 사랑하라. (2011.0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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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11-02-20 15:47 조회1,270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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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집에서 시들어 생기를 잃은 꽃은 전시하지도 판매하지도, 구입하지도 않는다. 꽃봉오리가 맺혔거나 원색의 컬러를 뽐내며 활짝 핀 꽃들이 매장을 가득 채운다. 사람들의 눈도 생기를 잃고 시들어져 가는 꽃보다는 당연히 풋풋하고, 생명력 있는 꽃을 향한다. 장식용 꽃, 관상용 꽃이라면 그리 해도 크게 문제될 것이 없어 보인다. 그러나 사람은 영혼의 존재이기 때문에 그 인생이 시들어도 사랑해야 하며, 또한 사랑받아야 한다.

생명은 영원하지 않다. 젊음도, 나이도, 피부도, 삶도 어느새 시들어 간다. 인생의 정점은 가장 아름다운 동시에 아름다움의 선명도가 약해져 감을 의미하기도 한다. 꽃이 시들듯이 사람도 시든다. 늙지 않을 것 같았는데 늙는다. 늙는 몸을 대하면서 마음도 같이 생기를 잃는다. 그러나 사람의 시듦은 꽃하고는 다르다. 달라야 한다. 안치환의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라는 노랫말처럼 사람의 아름다움은 꽃보다 화려하고, 사람의 시듦은 꽃의 시듦처럼 용도폐기(?) 되어서는 안 된다. 내가 나에 대하여 그렇게 생각해야 하며, 누군가에 대해서도 그렇게 생각해야 한다. 사람이니까 …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보다 아름다운 것은 없다. 한 남자와 한 여자의 순수하고 맑은 사랑, 자녀를 위해 모든 것을 쏟는 부모의 사랑, 부모를 지극 정성으로 섬기는 자녀의 사랑, 형제자매의 사랑은 세상의 어두움을 밝힌다. 때로 어둠의 사랑들조차도 그 아름다움을 흉내 낼 만큼 사랑은 고귀한 것이다. 우리의 사랑이 겉사랑이 아닌 속사랑이 되기 위해서 사랑하는 만큼 인내와 관용, 이해도의 길이와 넓이, 깊이가 수반되어야 한다. 그래야 외적인 아름다움이 끝나고 난 뒤의 모습까지도 사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시들은 꽃은 버려지지만 자신의 시들은 삶의 뒷모습까지도 사랑하는 사람은 남에게도 사랑받는다. 내면의 생명력은 활력이 있기 때문이다.

멋진 자연의 풍광, 아름다운 꽃다발, 한송이의 꽃, 또는 사랑받을 만한 어떤 모습과 조건들을 갖춘 사람들을 대하면 보기에 좋아서, 마음에 와 닿아서 그런지 자연스럽게 긍정적인 사랑이 싹튼다. 하지만 한송이 꽃조차 그 아름다움을 피워내기까지 그 꽃이 안팎으로 겪은 몸부림의 시간에 대하여는 생각하지 않는다. 모든 것에는 생성과 소멸, 존재(存在)와 부재(不在)의 양면이 있다. 그러므로 아무리 작은 것일지라도 사랑하는 마음이 들면 그 아름다움만 사랑하지 말고 아름다움이 있기까지의 과정을 이해해주고, 더 나아가 아름다움이 지고 난 뒤의 적막한 정적(靜寂)까지도 사랑해주어야 한다. 왜냐하면 모든 사람의 꽃은 피는가 싶으면 지기 때문이다.

그 사람이 가진 모든 것을 사랑하기도 어려운데, 그 모든 것이 사라진 뒤의 정적까지도 사랑한다는 것은 활짝 핌과 시듦의 균형과 조화를 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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