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발자국 (2010.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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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10-11-15 13:25 조회1,222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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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는 지금 여름이 한창 무르익어 가는데 내 조국, 내 고향 한국이 겨울로 접어들어서 그런지 요즈음은 부쩍 눈에 대한 그리움이 차 오른다. 내 손에 겨울 장갑을 껴 본지가 언제인가, 손에 눈을 뭉쳐 본 지가 언제던가, 눈밭을 굴러본 지가 벌써 여러 해나 되었다. 물론 차를 타고 몇 시간 가면 이곳에서도 눈을 만날 수 있지만 내 조국 산하, 내 고향, 마을의 눈에 대한 생각이 그리움이 되어 눈시울을 붉게 한다.

눈 내린 산속의 눈길에 남아있던 짐승과 새들의 선명한 발자국에 대한 생각, 소복하게 쌓인 눈이 내 발밑에 밟히면서 ‘뽀드득 뽀드득’ 거리는 소리, 한참을 걷다가 뒤돌아볼 때 내 시야에 들어온 내 발자국들….
그 눈밭의 발자국만큼 선명하고 분명한 발자국이 내 인생의 눈길에도 남아 있다. 인생의 눈길은 마음의 눈으로만 볼 수 있다. 마음의 눈이 떠지면 내가 어느 곳을, 어떻게 걸어왔는지 남겨진 발자국들을 볼 수 있다. 내 발자국이 어지럽지 않고 한 방향으로 나 있을 땐 목표를 잃지 않고 나갔던 것 같고, 발자국이 몹시도 어지러울 땐 아마도 상당히 고뇌하고 힘들었던 때였을 것이다. 때론 부끄러운 흔적도 있고, 아름다운 흔적도 있다.

삶은 우리에게 항상 엄숙하게 말한다. ‘네 발자국은 너의 발자국만은 아니라 다른 사람의 발자국이기도 하다.’ 이 말이 마음에 들릴 때 사람은 비로소 내 발자국을 돌아보고 제대로 된 족적을 남기려고 한다.
우리가 위인이라 부르는 사람들은 그 발자국이 당대와 후대의 사람들에게 귀감이 되기 때문인데 그들 스스로 위인이 되고자 한 것 보다는 한 발자국 한 발자국을 성실과 진정으로 최선을 다해 옮겼을 때 위인이 되어 있었던 것이라 여겨진다. 이미 지나온 발자국을 돌이킬 수 없는 것이라면 이제 오늘과 내일을 향한 발자국이 후회하지 않을, 슬퍼하지 않을 발자국이 되는 사명만 남은 것이다. 

하루의 발자국이 중요한 이유는 그 하루의 발걸음이 내가 누구이며, 어떠한 사람이며, 어떠한 삶을 살았는지를 결정짓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오늘 내가 걷고 있는 길과 그 길을 지나온 내 발자국을 살펴보고, 앞으로 내가 내 디딜 길과 뗄 발걸음을 순간순간, 하루하루 진지한 결정이 따르지 않으면 내 생(生)의 족적은 그냥 의미 없는 발자국이 될지도 모른다.

서산대사와 김구 선생이 하신 말을 마음에 담아보려고 한다.
“눈길을 걸을 때는 항상 조심해야 한다. 그대가 남긴 발자국이 뒤따르는 다른 사람의 길이 되느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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