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를 꿈꾸는 번데기 (2010.10.24)

페이지 정보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10-10-24 18:08 조회1,426회 댓글0건

본문

과학과 기술, 의학의 발달로 인류 사회는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했던 엄청난 문명의 혜택을 누리고 있으며, 삶의 템포 역시 매우 빠르다. 때로는 다변화와 초스피드의 노예가 되어 일상적인 방법으로는 만족하지 못하고 어떻게 해서든지 빨리 목표에 도달하려는 조급함에 자신과 누군가에게 쉴 새 없이 채찍을 가한다. 목적지를 정하고 자동차를 타고 달리면 빨리 목적지에 도착할 수는 있지만 빨리 가는 만큼 출발점과 목적지 그 사이의 공간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은 적어도 내 인생에서는 놓치는 부분들이다. 속도의 편리함과 불편함의 진실이다.

사람들은 다시는 뒤돌아보지 않을 것처럼 앞을 향해 달려가지만 어느 시점에 이르면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멈추어야 할 때가 온다. 하지만 자기의 삶에서 그런 순간은 없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것이 성숙에로의 길을 막는 자기모순이다.
쉴 새 없이 파란 나뭇잎을 갉아먹고 끊임없이 꿈틀거리며 앞으로 나가려고 하는 애벌레의 꿈과 나비가 되어 날고자 하는 꿈이 있을지라도 애벌레에서 번데기의 과정 없이 단번에 나비로 우화(羽化)할 수는 없다. 그런데 자연의 관리자로서의 사명을 부여 받은 사람들만 유독 애벌레에서 번데기의 과정 없이 나비가 되려는 길을 찾는다. 번데기는 무력하고 죽은 것 같다. 그래서인지 그 과정을 무척 싫어한다. 번데기는 낮아짐과 고통을 인내하는 것인데 그것을 거부함으로 인해 사건, 사람, 자아에 대하여 깊은 사색을 못하고 인내하지를 못한다. 번데기에 대한 의식 자체를 하지 않으려고 하기 때문에 자신의 삶에서 맞닥뜨리게 되는 실패와 낭패, 일의 더딤과 그로 인한 답답함을 못 견뎌한다. 하지만 북풍한설의 겨울 없는 봄, 무력하게 매달려 있는 것 같아 보이는 번데기 시절이 없는 나비를 꿈꾸는 것은 어리석다. 살갗을 베는 겨울의 칼바람과 눈보라를 좋아하는 사람은 없지만 겨울을 지나야 봄이 따뜻한 줄 알고, 번데기 시절을 거쳐야 나비가 되어 창공을 나는 자유가 무엇인지를 알게 된다.
아무도 가르쳐 준 적이 없는 번데기의 길이기에 두렵기도 하지만 사실은 모든 사람이 가지 끝에 매달렸었고 또 매달리게 될 인생길이다. 애벌레는 나비에 대한 꿈을 품고 고치 안에 자신의 생명을 담아둔다. 그리고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무기력해 보이는 번데기 안에서 화려한 나비의 부활을 꿈꾼다. 사람의 이기심과 어리석음이 번데기 없는 나비를 지향하다가 어느 날 타의(他意)에 의해, 또는 항거할 수 없는 환경의 힘에 밀려 생명 없는 죽음에 갇혀 신음하게 되는 것이다.

진정한 나비의 꿈을 꾸는 사람은 번데기의 과정을 하나님의 손에 맡기고, 겸손하게 주님의 손끝에 매달린다. 하나님을 믿기에 꿈을 꾸고, 꿈이 성취될 것을 믿기에 생명이신 주님께 자신의 생명과 인생을 온전히 의탁하고 나비의 때를 기다리는 것이다. 하나님 안에 거하고, 하나님을 믿는 번데기의 역설적인 믿음이다.

번데기가 되어 있는 동안 왜 위험과 두려움과 위기감과 낙심이 없겠는가?
그러나 하나님은 새생명을 주기 위해 새롭게 창조하시는 과정에서 결코 망하게 하거나 죽이시는 법이 없다. 그러므로 번데기의 시간을 주관하시는 하나님을 믿는 믿음으로 푸르른 창공을 훨훨 나는 나비의 꿈을 꿀 수 있어야 한다.
어느 날 마른 번데기의 껍질을 찢고 우화(羽化)하는 나비가 될 것이다.
어느 덧 나비가 되어 날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순서 제목 날짜
다음 글 내가 싫을 때 내 삶에 진심과 진정을 더해야 한다. (2010.10.31) 2010-11-02
이전 글 놓아주기와 자유누리기 (2010.10.17) 2010-10-17

신앙칼럼

Total 635건 25 페이지
No 제목 이름 작성일 조회
275 철학의 눈, 믿음의 눈 (2010.12.12) 인기글 관리자 12-12 1083
274 새 사람과 오래 묵은 사람 (2010.12.05) 인기글 관리자 12-05 1250
273 길을 닦고, 새 지도를 그리는 사람들 (2010.11.28) 인기글 관리자 11-29 1250
272 제9차 21일 특새-새벽길, 새벽빛, 새벽은혜 (2010.11.21) 인기글 관리자 11-21 1176
271 내 발자국 (2010.11.14) 인기글 관리자 11-15 1223
270 집중과 반복의 힘 (2010.11.07) 인기글 관리자 11-07 1315
269 내가 싫을 때 내 삶에 진심과 진정을 더해야 한다. (2010.10.31) 인기글 관리자 11-02 1937
나비를 꿈꾸는 번데기 (2010.10.24) 인기글 관리자 10-24 1427
267 놓아주기와 자유누리기 (2010.10.17) 인기글 관리자 10-17 1154
266 기다림 (2010.10.10) 인기글 관리자 10-10 1126
265 꿈꾸는 동안은 핑계하지 않는다. (2010.10.03) 인기글 관리자 10-03 1154
264 노래와 리듬이 있는 삶 (2010.09.19) 인기글 관리자 09-19 1312
263 꿈을 이룬 후에 웃을 수 있는 웃음 (2010.09.12) 인기글 관리자 09-12 1300
262 뻔함 속에 담긴 특별함 (2010.09.05) 인기글 관리자 09-05 1290
261 저절로 되는 것은 없다 (2010.08.29) 인기글 관리자 08-30 1314
게시물 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