놓아주기와 자유누리기 (2010.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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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10-10-17 13:06 조회1,154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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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날 때의 빈손을 채우려는 소유욕 때문인지 사람은 두 손을 움켜쥐고 세상에 나온다. 그리고 평생을 사는 동안 손을 안으로 오그리며, 손에 걸리는 것을 내 앞으로 잡아당기는 것을 반복하다가 생(生)을 마감할 때 비로소 타의에 의해 두 손을 펴니 죽음보다 큰 선생이 없다.
굳게 움켜 쥔 손은 삶에 대한 열정과 목표를 성취하기 위한 의지이기도 하지만 내가 얻고자 하는 것이 항상 내 손안에 잡히는 것은 아니다. 새로운 것을 원하면서도 과거나 환상, 혹은 덜 중요한 가치들에 집착하면서 옛 것을 놓지 않는 한 새로운 것이 들어설 자리는 없다. 내 손에 쥔 것을 놓아주면 잃는다는 의식의 사슬에 얽매이지만 놓아줌은 결코 상실(喪失)이 아니다. 오히려 놓아주는 것이 편할 때 자유가 주어진다. 참 믿음, 참 사랑은 자기 손에 쥐려고만 하지 않는다. 힘껏 쥐고 있는 동안 자신도 그만큼 긴장하고, 피곤하고, 그 손에 쥐어있는 것도 힘들어 한다. 놓아준다는 것은 누구도 아닌 자신에 대한 사랑과 믿음이다.
내가 쥔다고 해서 다 내 것이 아님을 깨닫는 것이 지혜자의 생각이다.
놓아준다는 것은 내가 그토록 바라는 참된 소유와 참된 관계의 은총이 내게 올 수 있도록 자신과 인생에 자유를 주는 것이다.

자기로만 분주하고 자기 욕구로만 가득 차 있는 사람에게는 다른 사람의 존재가 들어 설 자리가 없다. 마치 여행 가방이 가득 차 있으면 다른 것을 담을 공간이 없어지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오늘 내 인생의 가방, 마음의 가방은 무엇으로 채워져 있는가?
그 안에 <나>로 가득하면 <너>, 곧 다른 사람이 비집고 들어올 여지가 없어진다.
나도, 너도 자유롭게 못하는 마음은 저급한 소유의 욕심이다.
놓아주면 날아가 버릴 것 같은 불안과 염려 때문에 움켜 쥔 손을 펴지 못하며, 새장을 열지 못한다는 것은 불신이다. 믿음에 대한 배신과 실망이 두려워 나와 너, 모두를 놓아주지 못하는 것은 편협한 자유이다. 새장 안에 넣고 빗장을 질러 닫아 두었다가 자신이 필요할 때만 새장을 여는, 그렇게 밖에 지킬 수 없는 것이라면 그것은 무엇인가? 자신과 상대에 대한 불신과 억압이다. 새장을 열면 날아가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것 같아도 믿음은 헛되지 않는다. 그러니 스스로를 억압하여 마음 졸이지 않는 것이 좋다.

오늘 내가 쥐고 있는 것, 쥐려고 하는 것은 무엇인가?
하나님께서 붙여주시기 전까지는 사람도, 돈도, 축복도 내 것이 아니다.
내 지식과 경험, 능력으로 분명 쥔 것 같은데 손을 펴 보면 기대와 달리 없는 것들이 태반이다. 자아도, 사람도, 돈도, 내가 추구하는 목표도 조금씩 떨어뜨려 놓고 보면 긴 시간의 고통스러움과 숱한 불안과 염려의 끈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

자신의 새장을 열고 <나>와 <너>, 그리고 허공에 흩어질 저급한 가치들을 놓아줄 때 새로운 것이 들어오고, 내가 놓아준 것이 자유롭게 날다가 새 것이 되어 어느 날 내 곁에 와 있는 기쁨을 맛보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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