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이 늘이고 누군가를 기다려 본 적이 있는가?
이제나 저제나, 가슴 설렘과 가슴 졸임으로 손꼽아 누군가를 기다려 본 사람은 기다림 안에 소망과 절망이 함께 담겨 있음을 안다. 소망과 목적이 없는 기다림은 사람과 시간과 관계를 무의미하게 하며, 그 기다림에 화상을 입고, 소망이 불타 재가 되어 허공에 흩날린다. 조급함은 기다림을 힘들게 하고, 기다림의 끝에 아무 것도 없을 것이라는 염려와 불안감은 기다림이 시간을 낭비하게 될 것이라는 후회가 밀려오게 한다. 하지만 기다려주는 것은 반드시 시간을 버리는 것이 아니다. 왜냐하면, 기다림은 나와 너의 삶에 훨씬 더 기쁘고 유익한 또 다른 시간을 얻기 위한 시간이기 때문이다.

때로는 ‘기다릴게요.’라는 말 한 마디에 모든 것을 걸기도 한다. 그 말 한마디가 캄캄했던 시간을 밝고 빛나는 시간으로 바꾸어주기도 하고, 없던 힘이 생겨나게도 한다. 그래서인지 사람에 대하여 기다려주는 것은 한 사람의 미래를 열어주는 마법과도 같은 힘이 있다.
학생수련회 때에 어느 학생의 어머니가 한국에서 보내 주신 영상메일을  보게 되었는데 모든 어머니들의 마음이 그렇듯이 아들을 지극히 사랑하고 믿는다는 진심을 보여주셨다. ‘너를 믿는다’는 말에는 소망과 기대, 그리고 간절한 사랑이 담겨져 있다. 그리고 그 사랑의 표현은 기다려주는 것이다.

인생의 수많은 때 중에 가장 힘든 때는 침묵의 때, 기다려야 할 때이다. 왜냐하면 그 시간은 누구도 다가오지 않는 시간이며, 오직 기다려야 하는 일 외에는 다른 것을 할 수 없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기다림 속에 설렘과 함께 엉킨 분노를 겪어 본 사람들은 그 시간이 형벌의 시간인 동시에 축복의 시간이라는 것을 안다. 우리의 상처와 슬픔마저도 따뜻해지기 위해서 기다려야 한다면 그냥 기다려야 한다. 소망을 품고 기도하면서 마냥 기다려보련다.

기다림은 언제나 그렇듯이 춥고 외롭다. 그러나 그 기다림이 있기 때문에 희망이 있다. 기다리다보면, 허접한 기대에 대한 잔거품은 걷어지고 진액만 남는 날이 올 것을 믿는다. 그 진액을 위하여 기다림은 아픔과 눈물과 마음을 찢는 형벌이 되기도 한다. 만약 하나님 앞에 무릎을 꿇어 기도하며 기다리는 눈물과 찢어짐과 가슴이 미어지는 형벌이 없다면 우리는 수시로 실망과 절망으로 인해 숨이 막힐 것이다. 기다림이 또 다른 낭패와 아픔이 되는 것은 아닌가하는 사람의 염려와 불안감이 스치고 지나가지만 지금의 기다림이 축복과 회복이 되기 위해서 모든 것을 접고 기다려야 한다.

남편, 또는 아내에 대한 기다림, 자녀에 대한 부모의 기다림, 부모에 대한 자식의 기다림, 꿈꾸는 것의 성취에 대한 기다림, 그리고 우리의 귀향과 회복을 향한 하나님의 기다림 등 어떤 기다림도 가볍게 볼 기다림이란 없다.
기다려주는 것이 익을 때면 열매가 열리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