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삶이 후회 없는 삶이어야 하고 그러기를 원하지만 지나온 시간의 흔적을 더듬어 보면 생각하기 싫은 일에서부터 현실에 이르기까지 연결되어 후회막급한 일들이 많다. 그때의 시간으로 돌아가서 다시 돌이킬 수만 있다면 되돌리고 싶은 일들이 있다. 내 삶에 부정적인 영향과 결과를 초래한 만남도, 상황도, 다시 선택하고 싶은 일들이 왜 없겠는가. 그러나 나를 스쳐 지나간 시간도, 상황도, 사람도 바꿀 수 없다. 뜻이 있는 삶도 그러하거늘 하물며 뜻 없이 말하고, 뜻 없이 행동하며 살아온 삶이야 말할 것이 없다.

고(故) 함석헌 선생은 독립운동가, 종교인, 언론인, 출판인, 기독교운동가, 시민사회 운동가로서 20세기 한국 현대사의 격동기에 행동하는 지성인이었다. 그의 책 『뜻으로 본 한국 역사』중에 한 대목이다.
“역사(歷史)에 ‘…더라면’은 소용없다.
이랬더라면, 저랬더라면, 천만 번을 외어도 역사는 그 소리를 듣지 않는다.
문제는 주어진 데 있다. 이미 있고 지금도 이루어지고 있는 이 역사에서
그 속에 숨어 있는 명령을 읽어내어 그대로 하려고 애쓰는 데 있다.”

우리 삶의 여정에는 잘 닦인 길만 있지 않고 굽은 길, 오르는 길, 내리막길, 끊어진 길도 있다. 그러나 어떤 길에서든지 내게 주어진 사명은 있다. 나를 부르는 그 사명의 소리에 귀 기울이고 감당하려고 애써야 한다. 인생에서 끊어진 길 앞에서 끊어진 길의 끝과 저 끝을 연결시켜 주는 다리가 있다면 인생은 훨씬 나아질 것이다. 내가 품은 꿈이 그 역할을 할 것이다. 사람들은 곧잘 ‘역사는 과거다’라는 말을 하지만 역사는 과거로 끝나지 않고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이어주는 징검다리가 되기 때문에 그 역사의 다리가 바르게 놓이기 위해 역사가에게 올곧은 사관(史觀)이 요청되듯, 작은 이익을 편취하는 소인 아닌 저마다 올곧은 사명, 즉 꿈을 꿈 되게 하는 ‘참꿈’에 대한 의식이 있어야 한다. 그래서 꿈이 있는 사람은 핑계하지 않는다.

꿈꾸는 동안은 늙지 않는다.
꿈꾸는 동안은 절망하지 않는다.
꿈꾸는 동안은 열정의 불꽃이 사그라지지 않는다.
꿈꾸는 동안은 창공을 날기 위한 비약의 날개를 접지 않는다.
꿈꾸는 동안은 역사적 명령을 읽어내고 그대로 살려고 몸부림친다.
꿈꾸는 동안은 “… 더라면” 이라는 변명의 노예로 전락하지 않는다.

내가 늙고 있는가, 절망하고 있는가, 열정의 불꽃이 꺼져가고 있는가, 날개를 접고 웅크리고 있는가, 천지가 내게 말하는 사명의 소리가 들리지 않고, 그냥 되는 대로 사는가, “그때 그랬더라면 …”이라는 말을 하고 사는가? 만약 그렇다면 꿈을 잃고 꿈을 꾸지 않기 때문이다. 내 꿈의 순수와 꿈의 성취를 향한 진지함과 꿈의 열정을 점검해야 한다.
지금 자신의 꿈을 정비하지 않는 사람에게는 전진도, 도약도, 비상(飛上)도 없을 것이기에 그간 자신이 남긴 언행(言行)의 족적을 살피고, 오늘 내 모습을 점검하고, 내일을 향해 발걸음을 떼야 한다. 그것이 뜻을 품은 꿈이다. 뜻을 품은 꿈을 꾸는 동안은 삶에 핑계를 대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