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어디를 가도 음악은 흐른다. 문명인의 세상에도 문명과 동떨어진 세상에도 음악은 있다. 만약 사람이 사는 세상에 음악이 없다면 어땠을까? 악보의 음계를 모르고 흥얼거리며 부르는 사람의 노래도 음악이다. 음악 없는 세상의 지겨움은 상상도 할 수 없을 것 같다. 음계(音階) 하나하나를 떼어 놓고 소리를 내면 그냥 음(音)에 불과하지만 음계 하나하나가 결합되어 조화로운 소리를 내면 음악(音樂)이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무엇이 음계를 조합하고 결합시켜 음악이 되게 하는 것일까? 그건 리듬이다.
삶도 하나하나를 놓고 보면 생(生)의 조각인데 그 편린(片鱗)들을 조화롭게 결합시켜 인생의 그림을 완성도 있게 만들어 가는 것도 역시 리듬이다.

나의 삶은 노래하고 있는가? 노래하지 못하는 삶은 지쳤고, 병색(病色)이 짙게 드리운 것이다. 그대로 방치하면 나중에는 음악이 없는 삶, 리듬이 없는 노래가 될 것이다. 침묵도 언어인데 침묵에는 과묵함과 분노를 억눌러 저장하는 양면이 있다. 쌓이고 쌓인 침묵의 분노가 분출되면 나와 너를 태우고 녹여버리기도 한다. 가슴에 쌓인 삶에 대한 비탄과 원망, 탓, 자기절망은 누구에게나 있다. 사람에게 실망하고, 삶이 나를 속였다는 배신감에 가슴아 아파 우는 신음소리와 악을 쓰며 소리 지르는 삶이라 할지라도 힘들 때는 힘겨움의 노래를 부르고, 기쁠 때는 기쁨의 노래를 불러야 한다.

꿈과 소망을 향해 나가는 과정에서 내가 누구인지가 나타난다. 누가 나를 알아주고, 추켜 세워주는 ‘나’보다 더욱 괜찮은 ‘나’는 자기 삶의 희로애락을 삶의 리듬에 연결할 때 나타난다. 기쁨과 슬픔, 평안과 불안, 즐거움과 괴로움, 냉정과 열정으로 나타나는 삶의 단면들을 한두 가지의 음계로 곡을 만들면 무미건조할 수밖에 없다. 상황이 다르고, 감정이 다르고, 생각이 다르듯이 서로 다른 삶의 조각들을 고저(高低)의 음계로 조합시키고 그 음에 리듬을 넣어 노래할 때 삶은 리듬을 탄다. 음악이 있는 삶이 되는 것이다.

지난 3월 타우랑가에서 개최된 제10회 다민족 축제에서 어떤 나라인지 노래도 없이 단지 신나는 리듬에 맞춰 춤을 추는데 관중들의 마음을 흥분시키더니 급기야 다들 일어서서 춤을 추게 한 일이 있었다.
내가 내 삶에 신명이 나야 다른 사람도 신명나게 할 수 있다.

우리 삶 속에는 고음도 있고 저음도 있다. 내가 걸어온 인생길을 돌아보고, 지금 서 있는 자리를 보고, 앞길을 내다 봐도 평탄한 대로와 비탈길, 꽃밭과 가시밭길은 함께 공존한다. 그러므로 승승장구할 때는 비탈길을 내다보고, 꽃밭을 걸을 때는 가시밭길을 생각하는 것이 지혜자의 리듬이다.
우리는 자기 인생의 악보에 음계(音階)를 붙이며, 그 음에 리듬을 불어넣는 삶의 작곡가가 되어야 한다. 리듬 없는 음악이 음악일 수 없듯이 리듬 없는 삶은 고장 난 삶이다. 바른 음과 리듬을 찾는 행진을 오늘도 계속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