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짐과 영글음 (2010.0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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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10-06-13 17:47 조회1,755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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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짐은 말 자체로 부정적인 상황과 상처를 연상하게 한다. 그러나 모든 자연의 이치가 그렇듯이 깨짐이 있을 때 비로소 영글음을 얻을 수 있다.

우리 모두는 혹시 실수로 접시, 유리그릇, 꽃병과 같은 것들을 깨뜨린 적이 있을 것이다. 실수로 떨어뜨려 깨진 것 때문에 꼭 내게 무슨 좋지 않은 일이 생길 것만 같은 막연한 불안감이 들기도 한다. 그러나 정작 문제는 산산이 조각난 깨진 유리그릇이 아니라 자신을 그 깨진 것과 동일시하기 때문에 오는 마음의 불안과 염려 때문에 상처를 입게 된다.
사람도 유리그릇처럼 깨질 수 있다. 솔직히 말해 사람의 마음처럼 잘 부서지고 깨지는 것이 있을까? 말 한마디, 작은 일에도 쉽게 상처를 입고, 그 작은 상처 하나 때문에 어느 순간 마음과 삶이 산산조각 나기도 한다. 그렇게 자신의 꿈과 기대와 마음과 삶이 깨질 때 날카로운 칼날에 베이는 것처럼 마음이 찢어지면서 한탄과 분노와 고통의 신음 소리를 내며 울부짖게 된다. 깨진 그릇, 꽃병, 유리그릇들은 다시 온전하게 붙일 수 없지만 사람에게는 깨진 사물들과는 전혀 다른 것이 있다. 유리그릇은 한번 깨지면 다시는 못쓰게 되지만 사람은 부딪치고 깨지고 산산조각나면서 오히려 깊어지고 영글고 익어간다. 그러므로 깨진 유리그릇은 굳이 간직할 필요가 없지만 사람의 실패와 깨짐은 성공과 영글음으로 가는 매우 중요한 과정이기에 새겨둘 필요가 있다. 그 깨짐이 나로 하여금 전에는 생각하지 못했던 것들을 생각하게 하고, 망각하고 살았던 꿈들에 대해 다시 도전하게 만들고, 마침내 깨짐이 아니면 영글 수 없는 나를 만들어 내기 때문이다.

“형통한 날에는 기뻐하고 곤고한 날에는 생각하라 하나님이 이 두 가지를 병행하게 하사 사람으로 그 장래 일을 능히 헤아려 알지 못하게 하셨느니라.”(전도서 7:14)

형통과 곤고함에 대한 인생의 양면은 누구도 감히 헤아릴 수 없기에 엄숙함이 있다. 다만 깨짐으로 인한 아픔과 상처를 어떻게 받아들여 반응하느냐에 따라서 주저앉고 죽어갈 수도 있고, 더 크고 깊어질 수도 있다.
어떤 사람들은 깨짐과 상처가 없는 삶을 꿈꾸지만 그건 애당초 불가능한 일이다. 깨짐을 거부한다면 홀로 살아야 하나 그 또한 불가능한 일이므로 깨짐을 삶의 일부로 받아들여야 한다. 깨짐은 생명의 또 다른 형태로의 탄생을 의미한다. 흙속에 묻힌 씨앗은 땅속의 어둠에서 절망하지만 거기서 생명을 향한 몸짓을 하고, 껍질이 깨지면서 생명의 싹이 발아되고, 그 힘은 두터운 대지를 뚫고 땅속 밖, 밝음의 세계로 생명을 올린다. 깨짐은 그것을 절망과 죽음으로 인식하는 자들에게도 시간이 지남에 따라 생명과 성장을 선물로 준다. 성숙한 삶, 사람이 되는 것은 깨짐을 통해 발아와 성장, 열매의 영글음을 얻게 된다. 확실히 깨짐과 상처가 사람을 더 나은 존재로 만들어 간다. 깨짐은 영글음으로 가는 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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