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멀리서 바라보는 지혜 (2010.0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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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10-01-10 16:28 조회1,418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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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인가, 설악산을 등반 한 적이 있는데 ‘용대리’에서부터 백담사로 올라가다가 밑으로 내려다보이는 굽이굽이 흐르는 사행천(蛇行川)에서 산하의 아름다움으로 눈요기하고, ‘백담사’를 지나 ‘봉정암’을 넘어 소청봉, 중청봉, 상봉인 대청봉까지 올랐다. 찬란하게 떠오르는 동해의 일출을 본 후에 비선대, 금강굴을 지나 설악동 입구까지 내려오는 산행 중에 많은 비경들을 카메라에 담았는데 집에 와서 현상하고 보니 인화지 안에 있는 비경은 설악산이 아니었다. 좋은 것을 가까이에 담아두려고 했던 작은 소욕(所欲)이 부른 부끄러움에 때로는 멀리서 보아야 비로소 아름다운 것들이 있음을 깨달았다.

갓 태어난 아기의 눈에는 피사체가 정확하게 인식되지 않다가 성장하면서 시력이 정상이 되면서 마침내 사물의 올바른 모습을 인식하게 된다. ‘눈이 보배다’는 말처럼 눈은 우리의 인식과 결정, 실제 삶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치는 가장 중요한 신체기관이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눈으로 본 것은 잊어지지를 않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진짜 제대로 된 인생의 시력을 가지려면 눈에 비치는 것을 보는 단순 시각적 차원에서 더 나아가 눈에 보이는 것을 과연 어떻게 볼 것인가 하는 것에 더 비중을 두어야 한다.

눈과 눈의 기능은 소중한 것이나 눈에 보이는 것이 다 옳은 것은 아니라는 것을 인정하는 데서부터 새로운 시각이 열린다. 눈으로 보는 것과 그 눈에 보이는 것은 둘 다 영원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분명 보았는데 잘못 보았을 수도 있고, 제대로 보았다고 해도 잘못 판단할 수도 있고, 잘못된 판단에 근거해서 얼마든지 잘못된 행동을 할 수도 있다. 사실 그런 일들이 우리 삶에는 다반사로 일어난다. 뿐만 아니라 사물을 바라보는 원근의 거리나 어떤 위치에서 보느냐의 시각에 따라 똑같은 사물이 전혀 다르게 보이기도 한다. 그러므로 멀리서 보아야 할 것들을 멀리서 보는 분별력과 통찰력의 지혜를 갖는 것이 중요하다. 사물이나 사람의 원근을 조절할 줄 알 때 비로소 인생의 피사체를 제대로 보고 판단할 수 있는 시각을 갖게 되는 것이다.

한국은 금번에 엄청난 폭설로 인해 서울과 주변도시들의 도시 기능이 마비되고, 실생활에서 매우 큰 혼란과 불편을 겪었다. 먼 시각으로 바라보는 설경(雪景), 눈밭에서 뒹구는 동심(童心)어린 눈싸움, 창밖으로 소담스럽게 내리는 눈을 바라보는 것은 아름답지만 눈앞에서 대책 없이 내려쌓이는 눈은 아름다움과 낭만이 아닌 전쟁이다. 비 내리는 모습도 멀리서 보아야 아름답다. 창밖에 내리는 비는 시상(詩想)과 회상을 떠오르게 하지만 눈을 뜨지 못할 정도로 쏟아 붓는 비는 피하고 싶은 근심과 부담이 된다. 창 하나를 건너서 먼 시각으로 바라볼 땐 그지없이 아름다운 눈과 비지만 가까이 다가가면 갈수록 발이 빠지고, 흙탕물이 되어 발을 더럽히며, 진흙이 되어 질퍽일 때가 있듯이 사람 역시 멀리서 보아야 아름답다. 어떤 사람은 깊이 알고 자세히 알면 알수록 실망한다. 왜냐하면 가까이서 보면 흠과 티가 크게 보이기 때문이다.

멀리서 보아야 아름다운 사람이란 뜻으로 ‘100미터 미인’이라는 말이 있듯이 깊이 알수록 진국인 사람이 있고, 깊이 알면 알수록 실망스런 사람이 있다. 가까이서 볼수록 더 아름다운 사람들은 그들이 실망할 것 없는 완벽한 사람이기 때문은 아니다. 모든 사람이 그렇듯이 사람은 누구나 실망할 점도 있고 흠과 티도 많지만, 그 모든 것을 사랑과 관용으로 바라보는 눈이 있을 때 가까이서 보아도 빛이 나고 아름다움을 잃지 않는 것이다. 아름답지 않은 것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문제는 대상이 아닌 내 눈에 있다.
세상에 다시없는 소중한 가족들과, 중요한 사람들이 가까이서 볼 때 부담이 된다면 멀리서 보는 지혜를 가져라. 아내와 남편, 자녀, 부모, 형제, 친구, 목사, 교인, 등등의 사람들을 조금 멀리서 바라보는 좀 고독할 수도 있는 시각을 가질 때 자신과 상대방 모두 상처를 덜 입고, 오랜 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 사랑은 감정이지만 감정의 열은 사랑을 지속적으로 불태울 수 있는 연료가 아니다. 아름다운 사랑은 사랑의 기술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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