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후각(嗅覺) (2009.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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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09-11-30 18:02 조회1,486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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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모든 것에는 그 특유의 냄새가 있으며 인체의 후각은 냄새를 감지하고 냄새에 따라 여러 반응을 한다. 지금의 화장실은 불쾌감이나 불결함이 없다. 그러나 불과 20~30년 전의 화장실은 대부분 재래식 변소였다. 변소 가까이만 가도 화장실 특유의 냄새가 나지만 일을 보기 위해 앉아 있다 보면 냄새를 못 느낀다. 그것은 인체의 감각기능 가운데 후각이 가장 빨리 둔화되기 때문이다.

사람은 땅을 밟고 산다. 한국인들이 뉴질랜드에 와서 느끼는 공통감정 가운데 하나는 땅을 자주 밟게 되고, 눈만 돌리면 파란 잔디의 땅이 파랗게 펼쳐져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흙에 코를 대면 흙냄새가 난다. 하지만 평소 때는 흙냄새를 맡지 못한다. 그것은 늘 흙을 딛고 살아서 자기도 모르게 코에 흙냄새가 배어 있기 때문이다.  배를 타고 몇 달씩 바다에서 있는 사람들은 육지로 들어올 때 멀리서부터 육지 냄새, 땅 냄새, 흙냄새가 코끝에 와 닿는다고 한다.

농사꾼이 흙을 알아야 농사를 지을 것 아닌가?  자신이 늘 접하고 부대끼는 그 흙냄새를 느끼지 못하는 사람은 농사꾼이 될 수 없다. 하지만 늘 흙을 잇대고 살기에 흙냄새를 못 맡고 흙의 소중함을 잊는다.

사람의 코는 예민하다. 그러나 금방 둔해진다.
너무 가까이 있다 보면 그 소중한 것의 냄새를 느끼지 못하고 산다.
엄마, 아빠의 품에 안기면 부모님에게서 나는 그 냄새가, 형언할 수 없는 그 냄새가 안정감과 평안함을 주는 이유는 후각적인 냄새이기도 하지만 부모에게서 마음의 고향과 같은 편안함을 느끼기 때문이다.  하지만 부모의 냄새가 너무 익숙해서 부모의 사랑담긴 냄새를 느끼지 못하는 어린자녀, 큰 자녀들이 늘비하다.  생각하면 세상에 당연한 것은 없다는 것을 알게 된다.  모든 것이 고맙고 감사한 것이다.  늘 내 곁에 있기 때문에 그 존재의 고마움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지 않은가?  너무 익숙하기 때문에 놓치고 사는 것들이 참 많지 않은가?  그래서 귀한 줄도, 고마운 줄도 모르고 살아간다.  무언가를 놓치고 잃어버리고 사는 것이다.

배를 타고 나갔다가 배 멀미가 시작되면 육지를 밟아야 비로소 멀미가 가라앉는다. 늘 밟고 살았고, 만지고 살았고, 한시도 내 곁을 떠나지 않았던 땅이기에 소중한 줄 몰랐던 것이다.  집과 가족을 떠나 있으니 집과 가족이 그립다. 시간이 오래 지나면 더욱 사무치게 그립다.  사랑하는 사람(가족, 이웃, 친구)의 공백이 얼마나 큰가를 느끼게 된다. 소중한 사람, 소중한 것들에 대해서 의미와 가치의 냄새를 다시 맡게 되는 것이다.  사랑 냄새도 흙냄새와 같아서 가까이 있을 때엔 냄새조차 맡지 못하다가 사랑을 잃었을 때 비로소 짙은 멀미가 시작된다.  사람은 놀랍게도 역경과 아픔, 뜻하지 않은 일들로 인한 인생멀미를 통해서 늘 내 곁에 있는 사람과 소중한 것들의 의미를 다시 느끼게 된다.  고마운 사람들의 냄새를 잊었는가? 마음의 후각을 회복하면 따뜻하고 아름다운 세상, 고마움과 감사가 교류하는 현실이 펼쳐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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