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感情)을 다룰 줄 아는 사람 (2009.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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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09-11-01 13:31 조회1,452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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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명(學名)이 미모사[Mimosa]라 불리는 함수초(含羞草)는 잎사귀를 살짝 건드리기만 해도 잎을 즉시 움츠리며 마치 수줍은 소녀처럼 고개를 땅으로 떨어뜨린다. 그리고 일정한 시간이 지나면 다시 원상 복귀된다. 한문으로 머금을 함(含)자와 부끄러울 수(羞)자를 사용하여 함수초(含羞草)라고 불리는 이 풀은 참으로 외부의 환경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풀이다. 하지만 사람의 감정만큼 예민한 반응을 보이고 복잡한 것이 또 있을까? 분노, 슬픔, 두려움, 즐거움, 좋고 나쁨에 대한 마음, 또는 정신상태의 파장이 감정으로 나타나는데 단순한 것에 대한 반응에서부터 얽히고설킨 심경(心境)의 복선에서 파생되는 사람의 감정은 뭐라고 다 표현할 수 없을 만큼 복잡다단하다. 일반적으로 감정은 외부적인 요인, 즉 사람이나 환경의 바람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 바람이 불면 나무는 흔들릴 수밖에 없으나 사람은 바람이 불어도 흔들리지 않을 수 있다. 감정에 끌려 다니는 것에 익숙해진 사람들은 감정을 다루는 훈련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사람이 다른 피조물과 다른 것 가운데 하나는 스스로 감정의 주체자가 되어 자신의 감정을 다루고, 감정을 즐기는 감정의 연출가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솟구쳐 오르는 물살의 파도를 타고 신나게 서핑을 하듯이 감정의 파도에 휩쓸리지 말고 감정의 파도를 다루고 즐길 수 있어야 한다. 감정의 느낌을 마치 절대적인 것처럼 여기는 것은 스스로를 감정의 감옥에 가두는 것이다. 남이 차려놓은 밥상에서 ‘콩이야, 팥이야’하지 말고 내 밥상을 내가 차려먹는 기쁨을 누리는 감정 연출가가 되어야 한다. 남의 감정에 따라 같이 춤추고, 결국에는 남이 제시한 길을 검증도 없이 감정(感情)을 따라 가는 것은 불안하고 위험한 선택이다. 감정은 우리의 정서를 풍부하게 하고, 이성(理性)적인 우리 삶의 여백을 좀 더 여유롭게 대할 수 있는 좋은 장점이 있으나 사람의 감정은 받아들이는 정도와 파장이 일정하지 않기 때문에 자기의 감정을 다 믿으면 실수하기 쉽다.

감정에 끌려 다니는 사람이 있고, 감정을 연출하며 사는 사람도 있다. 감정의 노예로 사느냐, 감정의 주인으로 사느냐 하는 것은 그 사람의 말과 행태(行態)에서 나타난다. 감정의 주인이 되어 감정을 다루고 연출하는 사람들은 긍정적이다. 자기도 존중하고 남도 존중할 줄 안다. 그래서 슬픔을 기쁨으로, 미움을 사랑으로 바꾸고, 분노를 평화로, 두려움을 용기로 돌려놓는 긍정적 에너지를 품어낸다.

하늘을 가릴 듯이 빽빽한 숲속에 들어가면 나무들이 품어내는 피톤치드[phytoncide]의 향(香)이 폐와 마음 안을 그윽하게 채운다. 피톤치드는 숲을 건강하게 하고, 그 숲속에서 삼림욕[森林浴]하는 사람들의 질병을 호전시키거나 치유하는 효능도 발휘한다. 숲의 산천초목들은 그 빽빽함 속에서도 서로 원수지지 않는다. ‘나는 나, 너는 너’의 경계를 분명히 하면서도 ‘나와 너’의 공존을 인정한다. 숲속의 각 나무가 품어내는 피톤치드의 기운은 자기 정체성을 분명히 하면서도 숲을 숲 되게 하고, 숲을 생명력 있게 한다. 개성과 공동성의 조화로움을 동시에 창출해 내는 숲을 통해 자기 아닌 다른 것에도 의미와 가치를 부여할 줄 아는 상생(相生)의 정신을 배워야 한다. 즉,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면서도 내 감정에 누군가를 다치게 하지 않는 성숙한 의식이다. 물론 어떤 사람의 마음은 굳게 닫혀 있어서 스스로 상처를 자초하는 특별한 경우도 있지만 우리는 자신을 나타내며 또한 남도 드러내며 함께 설 줄 아는 숲의 미덕을 배워야 한다.

사람의 개성과 감정은 절대 무시되어서는 안 되나 그렇다고 무조건 존중될 수도 없는 양면성을 가지고 있다. 나 혼자 사는 세상도 아니고 나 혼자서는 살 수도 없는 세상이다. 그렇다면 개체와 전체의 조화를 위해 상생(相生)의 감정을 연출할 줄 알아야 한다.
누군가를 속이기 위해서 감정을 연출하는 것이 아니라 바람에 흔들리는 감정을 기준으로 삼지 않기 위해서 감정을 다룰 줄 알아야 하고, 감정을 연출할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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