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 (2008.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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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08-11-09 14:15 조회2,248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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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께서 창조하신 자연의 모든 것들은 겉결과 속결이 있다.
겉은 그것의 정체성을 규명해주지만 겉의 모양은 속안의 생명이 꿈틀거리면서 만들어내는 것이다. 그리고 겉의 사명은 속을 보호하는 것이다. 식물이든 동물이든 사람이든 무엇이 되었든 속은 자신의 안을 보호하기 위해 겉을 만들어내기에 겉과 속은 서로 나뉠 수 없는 불가분의 관계이다. 겉이 상처를 입고 충격을 받으면 사실은 속도 아프다. 겉이 잘리고 깎여 나가면서 속이 파헤쳐진다. 그러므로 한쪽만 자라면 그것이 겉이든 속이든 불균형 성장이다.
인생에서 겪는 세파에 의해 사람의 속심정이 상하고 정신적 타격을 입기도 하고 눈물과 영혼의 진액이 다 쏟아 부어질 때도 있다. 그러나 그 세파(世波)를 통해 겉사람이 단단해진다. 단단해진 겉을 배경으로 속은 성숙된다. 우리가 주지하고 있는 것이지만 오늘의 세대는 겉의 문화, 겉의 아름다움에 너무 많은 것을 매달고 있다. 그러나 진국은 속결이 말하는 것이다. 결코 겉이 전부가 아니다.

예전에 목공예 전시장에서 본 나무들이 생각난다. 그곳에는 자연의 미를 최대한 살리면서 사람의 손길이 약간 묻은 목공예 작품부터 사람의 손길이 전체를 아우르면서 전혀 새로운 모습으로 만들어진 작품들도 있었다. 특히 나무의 속결무늬를 강조한 작품은 인상 깊었다. 비슷한 것 같으면서도 자세히 보면 나무의 결이 각각 달랐다. 그 나무의 결과 나이테의 모습은 나무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이 없었지만 이 나무가 어떤 환경에서 살아왔는지를 말해주는 것 같았다. 목각을 하는 사람들이 하는 말이 조각칼을 생나무의 몸에 대고 깎아내기 시작하면 나무마다 몸 안에 다른 결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나무의 결은 내리쬐는 햇빛과 수분, 날씨의 영향을 자신의 몸에 짜 넣었을 때 나무속에서 이쪽저쪽이 서로 밀고 당기고 뒤틀리고 엇갈려가면서 오랜 나날 비틀려야만 비로소 곱고 단단한 무늬가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겉껍질에 쌓여있는 나무의 속살 무늬는 베어지고, 장인의 조각칼이 제 살을 헤집으며 상처가 생길 때에야 비로소 제 속살의 아름다움을 보인다.
사람도 결이 있는데 가장 아름답고 고운 결은 내 삶에 가장 아프고 뒤틀리고 절망감에 휩싸였던 시간들을 통해서 만들어 진다. 그때는 그렇게 아프고 힘들고 영혼과 삶이 뒤틀리고 절망했던 시간이 세월이 지나고 보니 더 없이 아름다운 무늬로 새겨져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움푹 파인 옹이진 상처조차도 어떻게 다듬고 녹이냐에 따라 자기 인생의 결을 눈물과 감동의 '작품'으로 승화시킨다.

겉이 사람의 가치와 명성을 주는 것으로 오해하는 시대정신은 사람들로 하여금 겉의 외관꾸미기에 모든 것을 걸고 매달리게 만들고 있다. 눈에 보이는 부분에만 초점을 맞추고 겉의 가치에 올인(All in)하는 시대정신은 눈에 보이는 것에서 진선미를 추구하고 찾는 저급한 정신이다. 매사에 깊은 사색과 참을성 없이 되는 대로 생각하고 말하고, 기분 나쁘고 불쾌한 것은 조금도 참지 못하는 존재의 가벼움이 자연스러워짐으로 인해 정말 멋진 인생의 무늬 결을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보기에 쌈빡한 사람이 되지 말고 볼수록 괜찮은 결을 가진 믿음과 인격의 자리매김을 할 수 있는 결 있는 사람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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