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들바람에 실려 오는 봄내음이 코끝에 와 닿는다. 바닷가의 바람 속에도 봄기운이 실려 온다.
그리고 그 봄은 나무 끝에 새롭게 돋아나는 연한 새순의 돋아남으로 자신이 왔음을 세상에 알린다.
한국의 눈보라, 삭풍(朔風), 코트의 옷깃을 곧추 세우고 몸이 움츠러드는 추운 겨울은 아니지만 이곳 타우랑가에도 겨울은 있다.
평균적으로 온화한 날씨이지만 자연의 사계(四季)가 있어 우리의 몸이 느끼지 못하는 사이에 자연이 옷을 갈아입으면 우리는 그제야 사계(四季)를 시작하는 계절이 왔음을 느낀다.

작년에 새가 열매을 먹고 텃밭에 배설한 것에서 싹이 났는데 벚나무였다. 아마도 버찌(벗 나무 열매)를 먹었던 모양이다. 올 봄 가지 끝에서 흰색이 아닌 붉은 색의 벚꽃이 피는 모습에서 자연의 순박함과 변사(變詐가 없음을 본다.

세상에 새싹을 틔운 나무의 몸짓에서 우리 육안으로는 보이지 않지만 새생명을 올리기 위한 자기 변화가 그 내부에서 일어나고 있음을 알게 된다. 겉이 달라지기 위해서 속은 자기 전체를 몸부림치고 있는 것이다.
우리의 식탁에 항상 오르는 배추, 무도 씨앗을 맺기 위해서는 그 속살의 모양이 씨앗을 올리려는 형태로 변화한다.

사람은 변화를 원하면서도 정작 변화의 시점에서는 머뭇머뭇하며, 변화하기 위한 획기적이고 지속적인 고통을 거부한다. 더 나은 영혼, 더 나은 사람에로의 길은 굴러들어오는 것이 아니다. 거룩함을 위한 영적 발돋움, 그리고 변화된 삶의 모습은 자기 부정을 통해서 이루어진다. 자기를 나타내려는 것이 삶의 중요한 맥락인데 자기를 부정한다는 것은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그러나 자기를 부정할 때 한차원 더 높고 깊은 내면세계를 경험할 수 있으며, 한계단 더 올라서는 진보와 성취의 기쁨을 맛볼 수 있다.

사람들 가운데는 자기 삶에 설정한 목적을 위하여 기꺼이 변화의 고통을 감수하려는 사람들이 있다.
사람의 크기랄까, 그 위인(偉人)이 어떠함을 알아볼 수 있는 일면은 결정하는 능력에서 알 수 있다. 물론 그 결정이라는 것이 자기 이익만을 위한 아전인수(我田引水)격의 편협한 결정은 주변 사람들을 고통스럽게 하지만 인생의 중요한 기로에서 바른 판단과 바른 결정을 할 줄 아는 것은 능력이다. 결정할 줄 아는 것이 능력인 이유는 결정을 잘 하는 사람들은 자기들의 결정으로 인한 내면과 현실의 고통을 기꺼이 감수할 용의를 가진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그 결정에 생(生)은 보답을 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한 사람의 위대성의 척도는 고통을 받아들이고, 감수하는 능력에 있다. 자기의 가야 할 길이 있기에 버릴 것은 버리고 받아들일 것은 받아들이는 것이다.

고통을 감수하는 능력도 크다면 크지만 그보다 더 큰 능력은 고통을 이겨내는 능력이다. 그리고 그보다 더 큰 능력은 고통에서 기쁨을 찾아내는 능력이며, 그보다 더 큰 능력은 고통 너머의 행복을 내다보는 능력, 곧 고통에서 행복을 찾아내는 능력이다. 고통을 통해 더 높이 오르기, 더 멀리 보기를 힘써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