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컥거림과 무의미의 늪 탈출 (2008.0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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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08-07-14 14:31 조회1,757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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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학에서는 사람 인체 내부의 장기(臟器)를 오장육부(五臟六腑)로 구분한다.
오장은 간(肝), 심(心), 비(脾), 폐(肺), 신(腎)을 말하고, 육부(六腑)는 담(膽), 위(胃), 대장(大腸), 소장(小腸), 방광(膀胱), 삼초(三焦)를 말한다.
마음의 심화(心火)를 다스리지 못할 때 오장(五臟)이 뒤집어진다는 표현을 쓰기도 하는데 가슴속 깊은 곳에 있던 응어리들이 하수구가 역류하듯이 ‘울컥’ 하고 올라올 때는 그것을 필설로 다 표현할 수 없다. 그것은 비단 누구에게 화가 나고 분한 마음 때문은 아니다. 오히려 자기 자신에 대한 비애와 회한이 더욱 크기 때문이다.
내가 행복이라고 믿었던 행복이 정말 행복일까 하는 의문과 분노와 회한이 버무려지면서 솟구쳐 올라오는 울컥거림은 누구에게나 끔찍한 기분이다. 그때는 모든 것이 힘들어 보이고 우울해져서 비관적 늪에 빠지게 된다. 창밖에 내리는 빗줄기도 우울하게 보이고, 흘러내려가는 물결도 마치 풀어 헤쳐 놓은 검은 머리가 길게 늘어져 내려가는 것 같아 보인다. 햇볕의 따뜻함도 결코 따사롭지 않다.
먹고 사는 절대적 빈곤에서 벗어난 사치스런 사유(思惟)일까 …
내면의 번민에서부터 삶에 들이닥친 충격은 그 사람을 고통스럽게 하지만 놀랍게도 그것이 없으면 우리의 어리석음은 깊은 사유와 자기 성찰을 하지 않게 된다. 울컥하고 올라오는 가슴 속 깊은 것은 누구에게나 있다. 중요한 것은 그것을 어떻게 다스리느냐에 있다. 다스림에 따라 사람이 크고 깊어질 수도 있고, 가라앉을 수도 있다.

개인적으로 책이 좋고 책을 읽는 것이 좋다. 책속에 담겨진 수많은 사람들의 생각과 사상, 삶의 여정들을 접하면서 그들과 교제하고 만나는 것이 좋아서 한국에서는 서점 신세를 많이 졌다. 서점의 한구석에 앉아 다섯 시간, 여섯 시간, 때로는 하루 온종일 책밭에서 책이 주는 영양을 섭취했다. 그 시간이 너무도 좋았으니까. 그런데 이제는 오랫동안 책을 심취해서 펼쳐보지 못할 때가 많다. 현실적, 육체적 핑계를 대면서 그냥 굳어진 채로 살아간다. 그러다 가끔 경종을 울리는 글귀를 보거나 삶, 또는 영성의 경험을 통해 섬뜩함을 느끼게 되면 다시 삶의 뒤안길에서 서성거린다.

너풀거리는 삶의 자락을 따라 오르내렸던 가슴 벅찬 감동의 비행들이 현실의 압박에 밀려 무미건조한 메마름으로 일상이 되어갈 때 간접적이든 직접적이든 우리는 가슴 깊은 곳에 도전을 받아야 한다. 그것이 우리에게 좋다. 충격이든 잔잔함이든 고정관념과 화석처럼 굳어져 버린 사고방식에 도전의 너울이 밀려와야 한다. 그 너울거림에 고정관념, 안일함, 우울함, 부정함, 우월감과 열등감이 부서져야 하고, 주체할 수 없는, 또는 촉촉하게 젖어드는 자기 정화의 눈물이 솟아 올라와야 한다.

인생을 안다고 말할 수 있는가? 안다고 말할 수 없다. 부분적 지식에 불과하기에 …
자기의 존재와 삶의 의미를 아는가? 안다고 생각했다가도 모르겠다.
하나님 앞에 서 봐라. 성경 앞에 서 봐라. 책 앞에 서 봐라. 자기 앞에 서 봐라.
그리고 가슴을 그 속에 담글 때 가슴이 울면서 말하는 소리가 들린다. 현실 너머에 있는 진짜 현실이 하는 말을 듣게 되고, 보게 되고, 깨닫게 되고, 말할 수 있게 되는 은혜가 임한다. 하나님을 발견하거나 또는 재발견하면 울컥거림에서, 무기력하고 흐느적거리던 인생의 끝에서 다시 굳게 세워짐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치유와 회복의 하나님을 소망하라. 하나님을 향한 그 소망이 헛되지 않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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