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든 여행지든 어떤 물건이든 새것을 알아가고 그것을 얻는 데는 기쁨과 즐거움이 있다. 새것이라는 느낌, 처음 것이라는 마음에 사랑과 애착을 보낸다. 아이들은 특히 새것을 얻게 될 때 집착할 정도로 아낀다. 그래서 ‘사랑땜’이라는 표현을 사용하기도 하는데 비단 아이들의 마음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의 마음이 아이들과 다르지 않다. 결혼의 새 출발, 새 집 마련, 새 자동차, 새 물건 등 우리가 얻게 되는 새것들에게서 신선함과 사랑스러움을 느끼고 마음을 보낸다. 그렇다고 우리 삶에 항상 새것으로만 채울 수도 없고, 새것만이 전부 좋은 것만은 아니다. 오래되어서 좋고 손때가 묻어서 좋은 것들이 있다. 고(古)가구들은 오래되어서 빛은 바랬을지라도 사람의 손이 만지고 스쳐간 흔적들이 묻어있어서 마음에 편안함이 있다. 새것은 소유 자체에 기쁨이 있지만 옛것에는 인생의 희노애락(喜怒哀樂)이 담겨 있어서 바라보고 생각하고 만질 때마다 지난 시간들이 추억의 회선을 타고 내게 말을 걸어오곤 한다.

뉴질랜드에서는 좀 덜하지만 한국에서는 거의 매일 양복을 입었기 때문에 꼭 구두를 신게 되었다. 하루는 새 구두를 샀는데 번쩍거리고 구두의 틀이 안정되게 잡혀 있어서 보기에 참 좋았다. 하지만 구두 가죽이 뻣뻣하고 아직 내 발에 길들여지지 않아서 왠지 발이 불편했다. 그러나 오래 신은 구두는 상처가 있고, 낡기는 했어도 발이 편하다. 내 발에 길들여졌고 익숙해져 있기 때문이다. 사람도 그렇다. 사람도 오래 사귄 친구가 편하고 좋다.
인생을 새것으로만 채우기 원한다면 그에 상응하는 신고식을 치러야 한다.
구두 한 켤레도 내 발이 편하게 느껴지기까지 시간이 필요하다. 혹 새 구두를 신고 부득이하게 많이 걷게 되기라도 한다면 발이 너무 아프고 발뒤꿈치에 물집이 잡히기도 한다. 하물며 사람을 만나고 알아가는 시간의 과정에서 얻는 갈등과 상처가 없겠는가? 하지만 서로가 서로를 충분히 알아가기 시작하면 굳이 말을 하지 않아도 대화할 수 있는 서로에게 익숙한 관계가 된다.

나무도 오래 말려야 뒤틀림이 없고, 포도주도 오래 숙성해야 짙은 향기를 낸다. 오래된 사랑, 오래된 우정…, 오랜 세월이 아니면 빚어낼 수 없는 소중한 것들이다. 오래된 것을 버리거나 잃으면, 세월이 빚어낸 향기를 버리는 것이며 지난 세월의 자기 인생을 잃는 것이다.

우리는 하나님 앞에 서서 날마다 새 은혜, 새 축복에 갈망하면서도 십자가의 은혜는 자주 잊고 산다. 십자가의 은혜를 잊을 때 새 은혜, 새 축복은 기대할 수 없다는 사실도 알아야 한다.
우리의 죄를 대신해서 온 몸의 피를 다 흘리시고 십자가 위에서 수액(樹液)이 다 빠진 고사목처럼 말라붙은 고난당하신 주님의 몸을 묵상하고 그 고난을 자신의 마음과 삶에 채울 때 놀랍게도 새 은혜가 솟아오른다. 잠자던 영혼이 깨어나며 믿음이 생기고, 또한 믿음이 자란다. 고난주간에 주님의 고난을 묵상하면서 옛것에서 새것을 찾아내는 온고지신(溫故知新)의 은혜가 임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