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밥솥이나 전기밥통이 없던 시절 어머니는 밖에서 일하고 들어오시는 아버지에게 따뜻한 밥을 잡숫게 하시려고 밥 한 그릇을 정성껏 퍼서 장롱 이불 속이나 따뜻한 아랫목 이불 속에 묻어 두었다가 밥상을 차려내셨다.
그것은 밥 한 그릇의 따뜻함이 아닌 마음의 따뜻함이었다.
요즘은 그런 마음의 따뜻함-심온(心溫)-이 그립다.

체온(體溫)이란 생물체가 가지고 있는 온도를 말한다.
사람은 새나 포유동물과 같이 체온이 항상 일정하게 유지되는 정온(定溫) 동물로, 환경조건이나 신체활동량이 심하게 변하더라도 그 체온이 좁은 범위에서 유지되어 건강한 사람이라면 35.8~37.2℃의 체온을 갖는다.
만약 이 범위를 넘어서서 몸에 고열이 발생하게 되면 고체온으로 몸이 위험하게 된다.
반대로 오랜 시간 물속에 있으면 저체온으로 몸이 얼어붙고, 극심한 추위를 겪으면 몸에 동상(凍傷)이 걸릴 수도 있고 심하면 동사(凍死)의 위험도 있다.

체온이 높아질 때도 있고 낮아질 때도 있듯이 사람 마음의 온도도 높을 때가 있고 낮을 때가 있다.
특히 사람 마음의 온도는 인간관계에서 발생하는데 모든 사람과의 관계에서 알 수 있듯이 항상 일정한 범위 내에서 고정되어 있는 인간관계란 거의 드물다.
우리가 현실에서 느끼지만 사람들이 어쩔 때는 차갑게 대응하기도 하고, 어쩔 때는 따뜻하게 대응하기도 하듯이 우리들 마음에는 예측할 수 없는 면이 있다. 하지만 그것이 꼭 변덕이 심함을 의미하는 것만은 아니다. 인간은 단순한 동물이 아닌 사람이기에 이론과 이치로 따지면 차가워야 할 시기에 오히려 따뜻할 수 있고, 값싼 따뜻함으로 상대를 더욱 비참함에 빠지게 하지 않기 위해서 냉랭함과 차가움으로 대할 수 있는 마음의 온도 변화를 조절할 수 있는 존재이다. 이것이 인간이 가지고 있는 매력이다.
마음의 온도는 마음의 여유와 깊은 함수관계가 있다.
마음의 여유가 없으면 항상 우리 마음과 생각, 그리고 뇌(腦)는 뜨겁다.
그러면 모든 인간관계에 있어서 안정된 온도를 발할 수 없게 된다.

마음의 온도는 체온과 다르다.
체온, 곧 몸의 온도는 아주 가까이 있어야 다른 사람이 느낄 수 있지만, 마음의 온도는 아무리 멀리 떨어져 있어도 그 따뜻함과 훈훈함을 느낄 수 있다. 서울에서 부산까지도, 한국에서 뉴질랜드까지도 그 훈훈함이 그대로 전달될 수 있다. 따뜻한 사람의 몸이 추위에 떠는 사람을 끌어안으면 함께 추위를 이겨내듯이 자신의 한 몸을 덥히는데 그치는 삶이 되지 말고, 마음의 따뜻함으로 다른 사람의 마음도 함께 덥혀주자.

마음이 따뜻한 사람들이 훈기(薰氣)를 만들어간다.
개인 이기주의, 공동 이기주의, 사회적 흐름의 이기주의가 팽배해져 가는 오늘날 마음의 온도가 따뜻한 사람들에 의해서 우리 사는 세상은 조금 더 밝아지고, 따뜻해 질 것이다. 예수님의 사랑을 받았나, 깨달았나, 설령 예수님이 아니더라도 그 마음이 따뜻한 사람들이 북적거리는 교회이기를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