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눈에 들어오는 작은 글씨들이 뚜렷하지 않고 정확하게 인식이 되지 않았을 때 당황도 되고, 웃음이 나오기도 했다.
어른들이 삶의 체득에서 깨닫고 말씀하신 “나이를 먹는 것은 이길 수 없다”는 그 말씀이 어느 순간에 내 인생에도 적용되는 것을 보면서 세월은 공평하며 그 누구도 비껴가지 않음에 대해서 새삼 생각하게 되었다.
긴 시간 안경을 쓰고 지내오면서 렌즈가 잘 보이지 않을 때마다 안경을 닦고 세척해 왔던 것이 어찌 보면 시력(視力)이 약화되는 것에 대한 연습이었던 것 같다.

안과 의학의 발달로 라식수술이나 노안(老眼) 수술로 시력교정이나 시력의 약화를 어느 정도 회복시킬 수 있기도 하지만 정말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세월의 흐름과 힘 앞에 굳이 항거하고 싶지 않다.
오히려 포기할 것은 포기하고 더욱 채워야 할 부분을 채웠으면 한다.

나이가 들수록 나빠지는 눈 대신에 다른 부분의 안력(眼力)을 강화시켜야겠다는 마음이다.
잡으려 해도 잡을 수 없는 육체의 쇠약함은 세월의 흐름에 맡기고, 대신 세월의 무게만큼 가치와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것으로 내면과 삶을 채워간다면 인생의 단수와 신앙의 질이 향상될 것이다.

사람의 눈은 3가지라고 생각된다.
첫째는 육안(肉眼)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본질에 관한 부분이 있다는 것은 알지만 대부분 육안(肉眼)의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인 것처럼 여기고들 산다. 저급한 삶이다.

두 번째는 심안(心眼)이다.
조금 더 나은 삶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뜨는 마음의 눈이다.
마음의 눈이 떠지면 세상을 보는 눈이 밝아진다. 다르게 보인다.
정신세계에 깨달음과 철듦이 있기 때문이다.

세 번째는 영안(靈眼)이다.
눈 가운데 가장 밝은 눈이다.
지혜의 눈, 혜안(慧眼)이며, 영혼의 눈이다.
보이지 않는 것을 보고, 말로 다 설명할 수 없는 것까지도 감지할 수 있는 눈이다.
신령한 세계를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믿음의 눈이다.

육체의 눈은 나이가 들수록 어두워져 가는 것이 기정사실이다.
그러나 심안과 영안의 눈은 나이가 들수록 더욱 좋아지고 밝아져야 한다.
그러나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고 마음을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마음, 영혼을 잘 닦아내야 나이가 들수록 심안과 영안의 눈이 밝아진다.

육안(肉眼)은 쇠약해져도 심안(心眼)과 영안(靈眼)의 안력(眼力)은 더 좋아져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마음을 닦자. 영혼을 닦자. 삶을 닦자.
마음의 눈과 영혼의 눈을 밝게 가져야만 인생이 흐려지지 않고 분명한 목적과 의미를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기를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