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들링-Huddling (2017.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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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17-11-25 14:10 조회681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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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BBC에서 촬영한 다큐멘터리를 보았습니다. 
남극의 신사 황제 펭귄은 영하 50도를 넘나드는 추위와 시속 100km가 넘는 눈보라가 몰아치는 그 혹한 속에서 알과 어린 새끼를 자기 발 위에 올려놓고 아랫배의 따뜻한 털로 덮어 두 달 동안 정성껏 키워냅니다. 강한 눈보라가 몰아칠 때 수천마리의 황제 펭귄들은 서로 몸을 밀착하고 둥글게 원을 그리면서 한 덩어리가 되어 집단 전체의 체온을 유지합니다. 바깥쪽에 서 바람막이 역할을 감당하던 펭귄들의 체력이 떨어지고 체온이 낮아지면 안쪽에 있는 다른 펭귄이 서로 자리를 바꿔주는 ‘허들링(Huddling)’의 방식으로 참혹한 추위를 견뎌냅니다. 발 위에 있는 어린 새끼가 혹여 땅에 떨어지면 수십 초 내로 얼어 죽기 때문에 빨리 움직이지도 못합니다. 그러나 어느 한 마리의 펭귄도 미적거리지 않고 천천히 아주 천천히 움직이면서 서로 안팎의 임무를 교대합니다. 동물의 본능이라고는 하지만 경의를 표하고 싶을 정도입니다.
 
사람은 온열도 냉혈도 아닙니다. 
마음이 따뜻하면 온기가 나오고 마음이 차가우면 매서운 눈보라보다 더 차가운 바람이 불어나옵니다.
바깥에서 불어오는 바람은 내가 임의로 조정할 수 없지만 내 안에서 품어내는 바람은 다스릴 수 있습니다. 
서로 밀어내고 서로에게서 떨어지려고 하면 더욱 추울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매서운 바람이 몰아칠 때 혼자서 양손을 비비는 것만으로는 감당이 안 됩니다. '허들링'을 해야 할 때입니다. 
서로의 체온을 유지하고 모두가 살기 위해 서로의 꽁꽁 언 손을 비벼주고 서로 바짝 붙어야 합니다.
 
예전에 영국의 신문사들이 파업을 했을 때 신문지를 구하지 못한 수십 명의 노숙자들이 얼어 죽는 일이 있었다고 합니다. 
신문지가 얼마나 따뜻함이 될까 싶지만 그것을 덮고 안 덮고의 차이가 2~4도 정도 난다고 하니 얇은 신문지가 보온 효과를 절대 무시할 수 없는 것입니다. 사람을 살릴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한국과 뉴질랜드의 다른 점이 많이 있겠지만 대표적인 것이 난방 시스템입니다.
한국의 온돌 난방은 추운 바깥에 있다가도 집안에 들어가면 방안 공기가 훈훈해서 금방 몸이 녹고 따뜻함이 느껴집니다. 
하지만 뉴질랜드는 온돌 난방 시설이 없어서 집에 들어가면 썰렁합니다. 
침대 온열 매트의 전원을 켜서 미리 따뜻하게 해 놓지 않으면 이불 속에 들어가도 으스스합니다. 
지금이야 봄에서 여름으로 진입하는 중간 길목이지만 늦가을이나 겨울에는 썰렁함을 넘어 기온차가 커져서 추위가 확 느껴집니다. 
요즘도 낮과 밤의 일교차가 커서 아침저녁으로는 공기가 찹니다. 
특히 밤에 잘 때 팔이나 다리를 이불 밖으로 내놓으면 살갗에 찬 공기가 내려와 앉습니다. 
단지 이불 한 장인데도 이불 안쪽 온도와 이불 바깥의 온도가 확연히 다르게 느껴집니다. 이불 한 장인데도 …

신문지 한 장 또는 이불이 덮이고 안 덮이는 신체 부분에서 이처럼 따뜻함과 그렇지 않음이 극명하다면 한 사람에게서 한 사람에게로 전달되는 온기는 신문지나 이불이 주는 따뜻함보다 클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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