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픔과 괴로움을 앞에 두고 2025. 05.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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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astor 작성일25-07-25 19:41 조회106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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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서 어른들은 나를 보고 거꾸리라고 했다.
어머니가 출산할 때 머리가 아닌 발부터 나오는 난산이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몸이 병약하지는 않았지만, 갈비뼈가 드러날 정도로 삐쩍 말랐었다.
그런 나를 걱정하셨던 부모님은 어릴 적 나에게 한약과 인삼을 많이 먹이셨다.
그래서 지금까지 몸이 약하거나 병들어 드러눕는 일 없이 사역을 잘 감당하고 있는 것 같다.
 
청소년기는 불량하지는 않았지만, 반항적인 학창 시절을 보냈다.
그때는 몰랐지만, 장성한 후에야 부모님에게 많은 아픔을 주었다는 것에 죄송했고, 회개했다.
출생과 성장기에 아픔을 준 나를 위해 기도하신 부모님이 계셨기에 오늘 나는 목사가 되었다.
 
교회를 섬기며 목회하면서 나 역시 목회자로서 그 어떤 이유에서든지 아픔과 괴로움의 한 가운데 서 있을 때가 많이, 자주 있게 된다. 아마도 모든 주의 종들이 걸어가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젊은 날에는 아픔과 괴로움을 정면으로 맞닥뜨리며 밀리지 않고 앞으로 나갔다. 하지만 지금은 아픔과 괴로움에 대하여 많은 생각과 깊은 묵상을 하게 된다. 아픔과 괴로움은 몸과 마음의 건강한 균형이 깨지고 약해져 무언가 알리는 신호인데 그 아픔을 치유하지 못한 채 계속되는 또 다른 아픔과 부딪치며 쉼 없이 나가다 보니 어느새 아픔은 괴로움이 되어 온몸과 마음을 쥐어짠다.
아픔이 아픔을 불러오고, 아픔에 대한 기억은 무형의 아픔이 되어 살을 저미듯이 더 아프다.
아프다. 괴롭다. 그래서 아픔을 피하지 않고 인정하고 바라보기로 마음을 다지기로 했다.
그래야 아픔이 더 깊은 괴로움으로 자리바꿈하지 않게 된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불 꺼진 교회의 문을 열고 들어설 때 지그시 눈이 감긴다.
그때 순간 칠흑 같은 캄캄함이 마음과 머릿속을 사납게 할퀴고 지나간다.
강단의 기도 자리로 가는 그 짧은 거리가 너무도 멀게 느껴진다. 발걸음이 천근만근이다.
본당의 의자를 좌우로 바라보면서 통로 길을 걷는 그 짧은 시간이 너무도 길게 느껴진다.
형언할 수 없는 생각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가는 동안 마침내 기도 방석 위에 무릎을 꿇는다.
묵상과 절규와 통곡의 외침이 하늘과 땅을 오가며 머리끝에서 발끝을 휘감는다.
가슴이 뭉클해지고, 뜨거워지면서 굵은 눈물방울이 탁자 위 여기저기에 떨어진다.
그렇게 얼마를 주님 앞에 엎드렸다가 일어설 때 그 날의 아픔과 괴로움이 사라진다.

 

여호와는 마음이 상한 자를 가까이하시고, 충심으로 통회하는 자를 구원하시는도다
- 시편 Psalms 3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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