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상 (2017. 10. 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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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astor 작성일17-10-01 22:08 조회226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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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의 은혜와 교회의 배려로 안식년으로 한국을 찾아 지내는 동안 수시로 날마다 느낀 것은 ‘풍성하다’는 것이다.
모든 게 풍성하다. 물자에서부터 음식 등 그야말로 부족함이 없다. 가는 곳곳마다 없는 것이 없고 원하는 것은 다 있다. 
타우랑가에서는 외식을 할 일도 별로 없었지만 입맛이 서구화되어 있지 않아서 선택할 식당은 한두 곳 정도로 딱 정해져 있었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엄청나게 많다. 동네 골목에서부터 번화가에 이르기까지 수없이 많고 다양한 음식점들이 골목과 빌딩과 거리에 넘쳐나고 있다. 전에 TV에 음식 관련 프로그램을 보다가 ‘와’ 하면서 한국에 가면 꼭 가서 먹어 봐야지 했던 곳들은 하나도 생각이 나지 않는다. 
너무 많으니까 어디를 들어가서 무엇을 먹어야 할지 고민이 될 정도다. 음식의 가격도 뉴질랜드 달러로 치면 5불에서부터 몇 백 불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한국에서 친구들이나 여러 교우들과 만나면서 맛나고 분위기 좋고 고급스런 곳에서 여러 음식들을 대접받기도 하고 우리가 대접을 하기도 했다. 특히 약속 장소로 정하고 많이 식사한 곳이 ‘00 밥상’이었다. 대부분 프랜차이즈 한식당들인데 계절밥상, 자연밥상, 시골밥상, 다연밥상, 옛날시골밥상, 엄마밥상, 장모님밥상, 할매정성밥상, 예원한상차림 등 참 이름도 다양한 많은 밥상 집들에서 푸짐하고 넉넉한 음식들을 경험할 수 있었다.
 
설교가 풍성한 시대이다. 
훌륭하고 널리 알려진 설교자들과 설교 잘하는 설교자들이 엄청 많다.
또 인터넷이라는 공간 안에 들어가면 어떤 설교를 들어야 할지 고민될 정도로 셀 수 없이 많은 ‘설교밥상’들이 차려져 있다. 
담임목사로서 안식년으로 자리를 비운 기간 동안 여러 설교자들에게 주일밥상을 의뢰하고 왔다. 
주일 강단의 설교를 누군가에게 맡긴다는 것은 참으로 조심스럽고 또 조심스러운 일이다. 
강단에서 어떤 말을 하느냐에 따라 은혜가 될 수도 있고 반대로 교회와 교인들에게 부정적인 영향력을 초래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주일 강단을 맡긴 여러 설교자들을 위해서 또한 그 설교가 부디 교우들에게 다양하고 좋은 밥상이 되기를 기도하고 있다. 
음식을 먹고나서 ‘잘 먹었다. 배가 불러 더 들어갈 곳이 없을 정도로 먹었다’는 포만감을 느끼듯이 여러 설교자들의 설교밥상을 대하는 우리 교우들이 그럴 수 있기를 간절히 기도하고 있다. 타우랑가라고 하는 지역적 한계와 여러 상황들이 좋은 설교자를 모시고 괜찮은 밥상들을 많이 차릴 수는 없지만 이번 기회에 담임목사의 설교밥상이 아닌 다른 밥상을 통해서 좋은 은혜를 경험하는 시간이 되기를 기도하고 있다. 부디 우리 교우들이 심령을 열고 또한 마음밭을 개선하여 말씀의 밥상을 잘 대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설교가 은혜가 되지 않으면 영이 죽는다.
말씀밥상을 받을 때 마음을 열어야 한다. 장님이 아니라면 눈을 떠서 설교자를 응시해야 한다. 
말씀이 선포될 때 눈을 감으면 마음이 감긴 것이다. 밥상을 앞에 놓고 눈을 감고 있으면 음식을 먹기가 어렵다. 
어떤 이유가 되었든지 한 번, 두 번, 세 번만 마음 문을 닫고 설교밥상을 걷어차면 아무리 믿음이 좋았던 사람일지라도 그 영이 시들어진다. 강퍅해진다. 하나님에게서 멀어진다. 누구도 아닌 자신을 위해서 밥상을 받고 먹어야 한다.
 
밥을 떠먹이려는 엄마의 손길을 어린아이가 한사코 뿌리칠 때 엄마는 어떻게 해서든지 그 입에 밥을 한 술이라도 떠먹이려고 한다. 
부모로서 혹 그런 경험이 있을 것이다. 그렇게 하는 것이 내 자식을 위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자식이 철이 들면 나중에 그런 엄마나 부모의 마음을 알게 될 것이다. 
아니 자식이 몰라줘도 괜찮다. 내 새끼가 잘 먹었고 괜찮고 좋아졌으면 그걸로 됐다. 
 
설교자로 부름 받은 나 역시 강단에 설 때마다 그런 엄마와 부모의 심정으로 밥을 짓고 밥상을 차리고 또한 밥술을 떠먹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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