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나무 (2017.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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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astor 작성일17-06-04 12:27 조회462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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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 목사가 목회하는 용인의 기흥제일교회에서 주일 오후 예배 설교 부탁을 받아 말씀을 전하게 되었다. 
전도사 시절부터 개척하여 일찍이 성전을 건축한 친구가 섬기는 그 교회에서 나는 뉴질랜드로 떠나기 직전 설교했었다. 
그 후로 13년이 지나 그 교회의 강단에서 다시 설교를 하게 되었을 때 새로운 감동이 있었다. 
 
몇몇 아는 분들 가운데 13년전 그 당시 안수집사였던 분은 장로가 되어 있었다. 
교회의 일꾼은 꾸준한 사람들이다. 이런저런 비바람을 겪으면서도 뿌리를 뽑아 옮기지 않고 꿋꿋하게 그 자리에 서 있는 사람들, 그들이 일꾼이고 교회의 큰 나무이다. 
 
잘 지어진 성전, 수백 명의 교인들이 분주하면서도 각지 자기 자리에서 주어진 일들을 열심히 감당하는 모습을 보면서 잘 훈련되었다는 느낌이 다가왔다. 교회를 들어서면서부터 참 인상 깊었던 것은 내가 누구의 인도를 받아 교회에 들어선 것도 아닌데 나와 아내를 보는 모든 사람들이 학생에서부터 청년, 남녀 장년 교인들까지 하나같이 밝은 미소를 띠며 인사를 하는 것이었다. 물론 주일 오후 예배에 설교하실 목사님이 오신다는 광고가 있었으니까 그렇기도 하겠지만 광고 때문만은 아님을 그들의 인사에서 느낄 수 있었다. 그 교회에 첫 발을 내딛는 사람에 대한 환영이 밝은 인사에서부터 시작되는 것을 보면서 인사를 받는 입장에서는 참 신선하고 기분이 좋았다. 이런 인사를 받으면 교회에 대한 첫 인상이 적어도 마음이 나쁘지는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13년 만에 만난 친구는 머리가 하얘졌고 얼굴에 깊은 주름이 패였고 키 큰 친구가 어깨가 굽어 있었다. 
목회가 뭔지 교회와 교인들을 섬김이 무엇인지 나이에 비해 더 쇠약해져 있는 모습을 보고 마음이 안쓰러워했더니 “목사님도 머리 지붕 다 날아갔구먼. 목사님이 강단에 서신 모습을 보니까 우리가 젊었을 때 여러 목사님과 교수님들이 강단에 선 것 같은 모습이 나오네. 그만큼 세월이 지나갔다는 얘기지.” 하면서 서로 웃었다. 
 
오늘 설교 너무 큰 감동과 은혜 받았다면서 출국하기 전에 다시 한 번 설교해 달라고 부탁을 한다. 
젊은 날 대학부 때부터 학교 일에서부터 어떤 일이든지 마음이 서로 잘 맞아서 활기차고 당당하고 패기가 넘쳤던 둘의 모습이 이토록 변한 것은 세월의 힘이겠지만 그 세월 속에 목회의 만고풍상을 겪은 흔적들이 배어 나옴을 느꼈다. 신학생 시절에서 많이 지났지만 주님과 교회에 대한 처음 마음 그대로 먹고 한 자리를 지켜내는 친구의 모습에서 큰 도전과 감동이 다가왔다. 
 
모든 목회자들이 교회와 교우들을 섬김에 있어서 다 같은 마음이겠지만 나와 아내 역시 좌우를 살피지 않고 지난 13년 동안 개인의 영달이나 편함을 추구하지 않고 오직 주님을 바라보고 주님께 영광을 돌리기 위한 그 한 길로만 달려왔다. 그리고 여러 일들을 겪는 동안 마음을 돌리지 않고 함께 같이하는 교우들이 있어 감사하다. 그들 모두 각자의 자리에서 은사와 사명을 따라 충성스럽게 감당하고 있으니 그 또한 크게 감사할 일이다. 주님의 교회에서 큰 나무는 많이 배우고 똑똑하고 돈이 많고 재능이 많고 일처리를 잘하는 사람이 아니라 어떤 일에도 자기 자리를 옮기지 않고 뿌리를 깊이 그리고 넓게 내리는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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