샘물교회 (2016.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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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16-08-06 18:56 조회475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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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오려면 9월은 되어야 하는데 요즘 날씨가 온화하더니 화단 같지 않은 교회의 화단 여기저기에 녹색을 가득 머금은 수선화 새순이 흙을 비집고 의연하게 올라와 있다. 새벽기도를 마치고 밖에 나와 보니 동이 환하게 튼 며칠 전 녹색 새순의 틈바구니에서 노란 수선화가 수줍은 듯 고개를 내밀었다. 그 모습을 보면서 문득 ‘나의 수선화는 어디에 있는지, 땅속에서 위를 향해 어디쯤 올라와 있는지, 언제나 꽃이 필 것인지’ 이런 생각을 하면서 나에게 나를 묻는 자각(自覺)으로 이어지는 묵상을 하게 되었다.

매일 똑같은 날인 것 같은데 사실 그 속을 들여다보면 같은 날이 아니다.
자연 만물은 때가 되면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내고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 안에 최선을 다하고 다음 시간에 바통을 넘기고 스러진다. 똑같은 날을 그냥 의미 없이 지나지 않고 자신의 사명을 오롯이 감당하는 그들에게서 또 깨닫고 또 배운다.

똑같은 날들을 계절의 변화에 따라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로 구분을 하는 것처럼 우리 삶에도 꼭 정기적일 수는 없을지라도 삶의 변화는 반드시 있어야 한다. 우리는 달라지기 위해서 달려가는 것 같지만 사실은 달라지지 않는다. 사람 자체가 달라지지 않는 존재이기 때문에 우리의 삶이 크게 달라질 것이 없다. 늘 똑같다. 하지만 자기 삶의 어떤 시간들에 포인트를 주어야 할 때가 있다. 밋밋하게 흘러가는 시간과 날들에 의미와 생명을 불어넣어야 할 때가 있다는 말이다. 만약 그때를 놓치면 그만큼 시간을 낭비한 것이고 시간을 낭비한 만큼 우리는 덜 크고 덜 깊어진 인생을 산 것이다.

『타우랑가 한인장로교회』 라는 이름을 『타우랑가 샘물교회』로 바꾸게 되었다.
지난 12년 가까이 불려왔던 옛 이름은 교회 역사와 기록으로 남게 되겠지만 그 교회의 이름으로 존재해 오는 동안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며 교회적인 사명을 감당해 왔던 많은 일들은 결코 기록으로만 남는 것은 아닐 것이다.
교회 이름을 바꾼 이 일이 교회 역사(歷史)에 한 획을 긋고 새로운 하나님의 역사(役事)를 이룰 수 있을까?
솔직히 말해서 이름이 달라진다고 교회가 달라진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사실 교회 이름을 바꾸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우리의 내면과 신앙생활의 면모가 바뀌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회의 이름을 바꾸면서 이 일이 변화를 위한 도화선에 불을 붙이는 계기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은 간절하다. 단지 부르기 좋은 이름으로 교회 이름을 바꾼 것이라면 그것은 우리 스스로를 우물에 갇힌 교회로 만드는 것이 될 것이다. 새로운 교회 이름처럼 솟아나는 그 샘물이 나의 죽은 물을 살리고, 정체되어 있던 나의 물을 흘러가게 해야 한다. 그리고 더 나아가 우리 자신이 주님의 샘물에서 물을 퍼 올려 솟아나는 작은 샘물들이 되어야 한다.
그 다음에 하천과 강물이 되어 바다를 이루는 것은 주님께서 하실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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