된 서리 (2016.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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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16-07-25 16:55 조회513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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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여름 식탁에 올라와 그동안 너무도 잘 먹었고 아내가 오고가는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기도 했던 풋고추를 길러낸 고춧대가 어느 날 내린 된 서리, 찬 서리에 시들해지는가 싶더니 말라 죽었다. 뒤꼍의 양들 풀밭도 하얗게 내린 서리에 푸른 기운을 잃고 색이 바랬다. 우리말에 “된 서리를 맞았다”는 표현을 자연 속에서 실감나게 보고 있다.

우리는 봄이 그냥 오는 줄 알지만 겨울이 지나야 봄이 온다.
어쩌면 우리 생각 속에는 온통 안일한 상념들만 머물고 있는지도 모른다.
우리는 자신이 느끼기에 좋은 계절만 생각하고 사는 것 같다.
그래서 자기에게 맞지 않는 계절, 뜨거운 여름이나 추운 겨울은 자신의 계절에서 제쳐놓고 살려는 경향이 있다.

우리는 인생에서 된 서리를 맞지 않고 산다면 하는 일이 순조롭고 행복할 것이라는 생각을 한다.
아니 내 인생은 그럴 것이라고 가정을 하고 산다고 해야 옳을 것 같다.
하지만 계절을 모르고 피어나던 꽃들이 땅을 뚫고 올라오던 새순들이 갑자기 들이닥친 된 서리와 한국 같으면 서설(絮雪)의 차가운 눈을 맞고 꽃잎이 얼어버리고 새순은 죽은 듯이 쏙 들어가는 것처럼 우리 인생에도 같은 일들이 일어날 수 있다. 그때 어떻게 해야 할 지를 놓고 갈팡질팡 하다가 자신이 할 수 있는 용기와 힘과 노력을 끌어올리고 끈질긴 욕심(?)으로 이겨내려고 한다. 그러나 열심히 살아간다고 해서 모든 일이 다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잘 살고 싶은 마음이 없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모든 사람들이 다 잘 사는 것은 아니다. 아무리 노력해도 될 수 없는 게 분명히 있다. 때로는 내 노력이 부족해서 안 될 수도 있고 때로는 어떤 장애에 부딪쳐서 난감하게 될 수도 있다. 어느 날 갑자기 내 인생에 덮친 된 서리, 우박, 폭우, 폭설, 태풍으로 모든 노력이 물거품이 될 때 우리는 주저앉는다.
그렇다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해 봤다면 기도도 해 봐야 한다.
기도는 하나님께 긍휼입기를 구하는 것이다.
하나님은 정직하게 간절하게 기도하는 자를 내 치지 않으신다.
지금은 겨울을 지탱할 두껍고 따뜻한 옷들을 입고 있지만 어느 날 겨울옷이 무겁고 덥다고 느껴질 때가 오지 않겠는가?

세상의 부정직함이나 부당함으로 인해 상처와 혼란이 있을지라도 성실과 정직함을 포기하지 않아야 한다.
성실함과 정직함은 자신을 예우한 그 사람의 인생에서 ‘된 서리’를 피하게 하거나 견디게 하는 아주 중요한 방어막과 힘이 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우리를 낳으시고 기르시고 도우시는 하나님께서 택하신 그 백성의 곤고함과 망함을 그대로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는 신뢰와 믿음이 우리를 일어서게 하고 승리하게 할 것이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그 하나님께 ‘된 서리’를 맞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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