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전교회가 아니다. 관광버스 운전하는 목사가 아니다. (2016.0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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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16-05-15 15:12 조회587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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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방’ 이라는 말을 아시나요?
지금은 희미해진 옛말이 되었지만 오늘날의 커피숍, 커피 전문점 등을 일컫는 말이다.
예전에는 동네마다 그리고 기차역 주변에 다방이 있었다.
지역 동네에서의 다방은 그나마 사랑방 역할을 하기도 했지만 기차역 주변의 다방은 흔히 『역전다방』이라고 불렸다.
그 말에는 잠시 머물렀다 가는 곳, 시간을 때우다 가는 곳이라는 뉘앙스가 담겨 있다. 기차 시간을 맞추기 위해서 기다리는 곳, 배웅이나 마중 나온 사람들을 만나기 위해서 잠깐 들르는 곳이 역전다방이었다. 그래서인지 다방을 오고가는 사람에서부터 거기서 일하는 사람들까지 마음이나 진심은 전혀 느껴지지 않는 무심함만 오고간다. 앞으로 계속 이어지고 맺어질 이유가 없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어떤 이유에서든지 역전다방이 존재할 이유가 있다면 그곳을 찾는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민교회의 모습에서 역전다방과 같은 그런 풍광이 느껴진다.
이민 교회는 역전교회가 되고, 목사는 관광버스 기사처럼 되기가 쉽다.
물론 역전 교회와 관광버스 기사와 같은 목사가 필요한 사람들도 있겠지만 나는 전혀 그러고 싶지 않다. 교인들도 그런 교인이 되는 것은 원치 않는다.

식물인간으로 오래도록 누워 있으면서 말 한마디 못하고, 손가락 하나 까딱 못하는데 생명유지 장치에 의해서 숨도 쉬고, 삶 아닌 삶을 이어 나간다. 참으로 신기한 것은 죽은 것 같은 그 몸에서 머리카락도 자라고 손톱과 발톱도 자란다. 하지만 살았다고 할 수도 없다. 열정이 사라진 교회가 그와 같다.

지진과 화산폭발은 엄청난 재앙이지만 지구가 살아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현상이기도 하다. 달을 비롯한 많은 행성들에는 그런 현상이 없기에 죽은 별이라고 말한다. 아무런 현상도 나타나지 않는 교회 역시 죽은 교회이다.

나는 두렵다. 내가 변할까 봐. 내가 식물인간 같은 무력한 종이 될까 봐.
내 안에 하나님을 향한 지진과 화산폭발 같은 열정이 사라질까 봐 겁난다.
나에게 교회가 직장이 되고, 목회가 밥 먹고 살기 위한 직업이 되는 순간 내게 있어 교회는 더 이상 교회가 아니며, 나는 더 이상 목사가 아닐 것이다.
죽는 것은 두렵지 않으나 제대로 살지 못하다가 죽을까 봐 그게 겁난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내 안에 딱딱하게 굳어버린 각질들을 뜯어낸다.
겉멋이 들린 삶의 거품들을 걷어내고 삐딱한 심령의 자세를 바로 잡는다.
차갑게 식어버린 순수에 다시 말씀과 기도, 성령의 불을 땐다.
역전교회가 되지 않으려고, 관광버스 기사가 되지 않으려는 몸트림이다.
하나님의 종인 것과 교회를 향한 처음 마음을 놓치지 않으려는 몸부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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