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립 11주년에 즈음하여 (2016.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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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16-03-06 13:14 조회589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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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우랑가 한인장로교회에 첫 불을 붙인지 오늘로 만 11년째이다.
돌이켜보건대 불을 붙이는 시작점도 쉽지 않은 결정과 헌신이었지만 그보다 더 중요하고 힘든 것은 불이 꺼지지 않게 하는 것이었다. 불이 꺼지지 않아야 붙인 불이 비로소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가장 지키기 힘들었던 불은 내 마음의 불이었다. 나에게서 시작한 불은 한계점에 도달할 때마다 꺼질 듯이 불안했다. 그 불이 바람 앞의 촛불처럼 하늘거리고 팔랑일 때가 얼마나 많았는지 아니 꺼진 불이 될 때도 많았다. 하나님께서 꺼진 등불도 끄지 않는 은혜를 주시지 않았다면 내 안에서 일어난 엉뚱한 불에 모든 것이 다 타버리고 말았을 것이다.

“모세가 여호와께 여짜오되 어찌하여 주께서 종을 괴롭게 하시나이까? 어찌하여 내게 주의 목전에서 은혜를 입게 아니하시고 이 모든 백성을 내게 맡기사 내가 그 짐을 지게 하시나이까? 이 모든 백성을 내가 배었나이까? 내가 그들을 낳았나이까? 어찌 주께서 내게 양육하는 아버지가 젖 먹는 아이를 품듯 그들을 품에 품고 주께서 그들의 열조에게 맹세하신 땅으로 가라 하시나이까? 이 모든 백성에게 줄 고기를 내가 어디서 얻으리이까? 그들이 나를 향하여 울며 이르되 우리에게 고기를 주어 먹게 하라 하온즉 책임이 심히 중하여 나 혼자는 이 모든 백성을 감당할 수 없나이다. 주께서 내게 이같이 행하실진대 구하옵나니 내게 은혜를 베푸사 즉시 나를 죽여 내가 고난당함을 내가 보지 않게 하옵소서.” (민수기 11:11-15)

전능하신 하나님의 능력을 등에 업고 나가는 것이니만큼 탄탄대로 일 것 같아도 목회 현장에서는 늘 무언가 막히는 일이 반복됐다. 막힘으로 생긴 심란함과 번뇌, 그리고 고통을 얼마나 인내해야 하는지도 모르고 인내했다. 하지만 막힌 것은 기어코 뚫어 해소시켜야만 했다. ‘아직도 뚫지 못한’ 그 무엇이 밤낮없이 마음과 삶을 짓누르지만 그것 역시 뚫을 날이 올 것이라고 믿는다. 막힌 것을 그대로 두면 고이고 뭉치는데 고이면 썩게 되고 뭉치면 굳어진다. 막힌 것을 잘 뚫어야 썩음도 뭉침도 없이 본연의 흐름과 부드러움을 유지할 수 있기에 기도와 침묵으로 하나님 앞에 엎드려 막힌 것을 뚫어 달라고 간구해 왔고 지금도 부르짖고 있다.

하나님의 종으로 부름 받은 이후 13년 동안의 부교역자 사역과 현재까지 네 번의 단독목회로 교회를 섬겼던 지난 30여 년간 내가 해 온 것은 교회와 예배 섬김, 말씀과 기도, 목양, 가르침, 사명 감당, 헌신이 전부였다. 그 과정에서 천둥과 번개가 치고, 서리와 우박이 내리는 날이 얼마나 많았는지 ….
본디 요령이라고는 모르는 성품에다가 처세 역시 고지식해서 인간적인 흐름을 탈 줄도 모르고, 꾀라는 것도 부릴 줄 모른다. 내 배를 채우려는 인간적인 욕심을 부리지도 않았다. 그렇게 답답한 목사이니 교회와 교인들이 힘들어 할 수밖에 없다. 그래도 나는 다른 틈새를 찾지 않고 하나님의 뜻에 서서 흐트러짐 없이 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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