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 앞에서 소임(所任)을 다한다는 것 (2015. 12.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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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15-12-29 21:24 조회648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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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주 전에 심은 열무가 파릇파릇하게 나더니 뿌리를 내리고 파랗게 자라면서 텃밭이 열무로 수북해졌다.
아내가 먹을 수 있겠다 싶어 뽑아서 열무 물김치를 만들어 놨다가 열무 냉면을 먹을 때면 그 맛깔스러움과 시원함이 갈증과 땀을 삭혀 주었다. 얼마나 맛있게 먹었던지 뽑은 후에 다시 또 열무 씨앗을 뿌렸고 또 연한 새싹이 올라왔다.
하찮아 보이는 일지만 열무는 자신에게 주어진 소임을 다한 것이다.

일생에서 자기에게 주어진 소임을 다한다는 것은 당연한 것 같지만 사실은 그게 그렇게 당연하지만은 않다.
왜냐하면 사람의 마음이 변덕스럽고 또 의지박약의 문제도 있고,
상황이라는 것이 자의든 타의든 내 소임을 다하지 못하게 할 수가 있기 때문이다.
햇빛이든 비든 바람이든 모자라지도 지나치지도 않게 적당하면 좋은데 그렇지 않으면 어려움이 되고 난관이 된다.
하지만 그것이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을 이유가 되어버린다면 자기의 소임을 다하지 못하고 직무를 유기하는 것이 된다.
포기와 핑계를 찾기에 급급하면 매사의 모든 일들이 다 걸림돌이 되고 문제가 되지만 어떤 상황에서든 해야 할 이유를 찾으면 소임을 다하게 될 것이다. 이는 옆에서 아무리 가르쳐 줘도 모른다. 오직 스스로 발견하고 깨달아야 할 문제이다.

신년 달력이 나오면 1월부터 12월까지 체크하며 한 해의 대략적인 교회 계획과 목회 일정을 구상하고 준비하면서 1년을 미리 훑어보게 된다. 그러다가 송년주일이 성큼 눈앞에 다가와 있는 것을 보면 또 한 해가 저물어가고 있음이 느껴진다.
하나님 앞에서 우리의 1년 52주 주일은 어떤 모습이었을까? 목회자인 나의 주일 모습에도 부끄러움이 있다.
주의 종으로서 교회를 섬기며, 예배를 인도하며 회중들을 하나님께로 이끌어야 할 사명의식으로 소임을 감당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때로는 책임감으로, 때로는 형식적으로, 때로는 지쳐서 힘이 쭉 빠진 채 감당할 때도 있었다.
그렇다면 교회에서 직분을 맡고 사명을 감당하는 사람들은, 또 예배를 드리기 위해 교회에 오는 교인들은 어떤 마음이었을까? 아마도 매주일 나와 같은 마음들이 있었으리라 생각된다. 그만큼 힘든 시간들이 있었다는 말이다. 나도 그 마음을 이해한다. 하지만 우리 모두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은 하나님은 이 모든 것을 다 알고 계시면서도 우리에 대해 참고 인도하셨다는 것이다.

‘코람 데오’(Coram Deo)는 라틴어인데 ‘coram’은 ‘앞에’ 그리고 ‘Deo’는 ‘하나님’을 뜻하는데 두 단어를 합치면 ‘하나님 앞에서’가 된다. 믿는 자들은 하나님 앞에 선 심정으로 책임의식, 윤리의식, 사명의식, 즉 하나님 존전 의식을 갖고 살아야 한다는 말이다. 지금 하나님 앞에 서 있다는 각성이 임하면 엉뚱한 곳에 서 있다가도 정신을 차리고 마음과 삶을 가다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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