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퀴손과 빈손 (2014.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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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14-11-09 06:28 조회851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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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태어나는 순간을 기억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부모로부터 또 누군가로부터 자신의 탄생에 관련된 이야기를 듣고 알게 될 뿐이다.
일반적으로 태어나는 아이들은 머리부터 나오는데 내 경우는 어머니의 모태로부터 세상에 태어날 때 머리가 아닌 발부터 나와서 어른들이 일명 ‘거꾸리’였다고 하는 말을 들었다. 나는 탄생부터 어머니와 아버지, 그리고 주변 사람들을 힘들고 안타깝게 하면서 세상에 얼굴을 내밀었던 것이다.

세상에 태어나는 모든 아이들은 공통적으로 두 주먹을 불끈 쥐고 탄생을 알린다.
주먹을 펴고 태어난 아이가 있다는 말은 들어보지를 못한 것 같다.
험난한 세상에서 성장하고 자신의 삶을 헤쳐 나가는 만만치 않은 인생을 사는 동안 움켜쥔 그 조막만한 손 안에 별의 별 것들을 다 쥐게 된다. 성공도 실패도, 성취도 내려놓음도, 물건도 사람도 쥐게 된다. 자의든 타의든 깨끗한 것에서부터 더러운 것에 이르기까지 기억도 못할 만큼 많은 것들을 쥐게 된다. 그리고 한 번 쥔 것은 쉽게 놓지 않는다.

없어서 허덕이는 사람은 조금이라도 움켜쥐려고 하고, 가진 자는 더 많이 쥐려고 평생을 갈퀴손을 하고 움켜쥔다.
그렇게 각자가 양손에 움켜쥐었기 때문에 움켜 쥔 손이 펴지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이미 내 손에 쥔 것은 내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두 개의 손을 주신 이유는 나 아닌 누군가를 위해서 한 손을 비우고 펴라는 천명이다.
나누어주고 난 그 빈손은 허망함 대신에 더 큰 행복으로 채워지게 된다.
움켜쥔 내 손을 바라보는 시선이 불편하고 불안할 때는 더 힘껏 움켜쥔다.
그렇게 움켜쥔 것을 누군가에게 빼앗길 수도 있지만 빈손은 아무도 빼앗을 수도 빼앗길 것도 없다.
빼앗기기 전에 이미 주었기 때문이다.
베풀고 난 뒤에 없어 보이는 그 빈손은 세상에서 가장 크고 따뜻한 손이다.

우리는 본능적으로 빈손을 두려워한다.
그래서 모든 것을 다 내려놓고 움켜쥔 양손이 펴진 채로 떠나야 하는 죽음을 두려워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지나온 삶의 궤적을 돌이켜 보면 무엇이 되었든 채우기에 급급했고 채워도 만족스럽지 않고 늘 모자라다는 생각의 지배를 받아온 것 같다.

모든 것의 변화는 생각의 전환에서 시작된다.
채움부터 먼저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비움으로부터 진짜 삶이 시작한다는 생각의 바뀜이 필요하다.
우리 기독교의 비움은 불교나 다른 종교에서 말하는 비움을 위한 비움의 ‘공’(空)이 아닌 내 것을 비우고 하나님의 것들로 다시 채워지는 비움이다. ‘비움’을 통해서 사람이 바뀌고 삶이 바뀌게 된다. 베풀고 섬김을 위해 비워진 손이 공허해보여도 그 손이 가장 풍요로운 손이고, 빈손이 황량해보여도 그 손이 가장 넉넉한 손이다.

하나님은 그렇게 우리를 위해 가장 소중한 독생자 예수를 비워내셨다.
대신에 하나님은 당신의 빈손에 우리를 자녀삼아 가득 채우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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