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 일상 (2016.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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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16-07-03 12:53 조회608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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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악산의 대청봉, 한라산의 백록담, 지리산의 천왕봉, 덕유산의 향적봉, 예전에 오른 명산들이다.
산의 상봉(上峯)에 서 본 자만이 정상의 기쁨을 알 수 있다.
누군가에게 듣거나 영상 또는 사진이나 그림을 통해서 간접 경험을 할 수는 있지만 그 산의 상봉과 내 발 아래 있는 세상, 눈앞에 펼쳐지는 풍광은 오직 정상의 땅을 밟은 사람만이, 눈으로 본 사람만이 느낄 수 있고 말할 수 있다.
나는 목회에서 산행하는 자의 자세를 놓치지 않으려 애쓰고 있다.

한국에 있을 때 참 즐겼던 것 중의 하나는 독서투어이다.
청계천의 중고서점, 종로서적, 교보문고, 영풍문고 등의 대형 서점이나 강남 고속버스 터미널 맞은편에 있던 여러 개의 기독교 서점에 가서 한쪽에 자리를 잡고 진열된 책을 둘러보며 읽고 싶은 책을 빼서 내 손에 쥐고 읽는 것이 그렇게 좋았다. 신학서적, 신앙서적, 소설, 에세이, 사회가 말하고 주목하는 베스트셀러 책들을 그 날에 네다섯 권, 간단한 장르의 책들은 열권도 넘게 읽었다. 그렇게 책을 읽다가 배가 고플 때는 밖에서 라면 하나 사 먹고 다시 들어와 책을 읽었다.
나의 설교는 그렇게 성경과 책, 그리고 무릎이 섞여서 준비되고 선포되어 왔다.

산행은 나이, ‘통통형’으로 변한 체형, 여건으로 인해 가끔 아내와 걷는 것 정도로 대체되었고,
헝그리 독서투어도 여기서는 그렇게 할 수 없다.
정말 보고 싶은 책은 배보다 배꼽이 더 큰 항공 택배로 받아 보거나 한국을 오고가는 분들에게 부탁하기도 한다.
그것도 성격상 누군가에게 신세지고 불편하게 하는 게 편치 않아 잘 안 하려고 한다.

타우랑가에서의 목회적인 일상은 한국에서보다 더 많은 스트레스와 쫓김이 반복된다.
한주간이 늘 주일 생각이지만 금요일과 토요일은 특별한 일이 아니면 주일을 위한 준비에 모든 것을 다 쏟는다. 그리고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매일 새벽기도회, 숨 한번 크게 쉬면 어느 새 수요일 강해가 다가와 있고, 눈 한번 깜박이면 금요일 성경공부, 토요일 오후에는 학생회 성경공부, 주일 오전에 유년주일학교 예배 설교, 그리고 주일 낮 예배를 인도한다. 그리고 집에 돌아오면 밀려오는 피곤에 파김치가 되어 잠시 쓰러진다. 월요일은 목회자가 쉬는 날이지만 그 월요일에도 12년이 되어가는 지금까지 한국 식품점에 교회 주보를 갖다 놓는 일과 만나는 사람들에게 전도하는 일을 멈추지 않고 있다.

나는 대단한 능력이 있는 목사가 아니다.
사람들의 마음을 진동시킬 만큼 큰 영감이 넘치는 설교자도 아니다.
내가 보는 내 자신의 모습도 내 마음에 들지 않아 실망스러울 때가 있다.
하지만 교회를 섬김에 있어 언제나 소홀히 하지 않았으며,
설교준비에 게으르지 않았고 설교할 때 성령의 역사하심을 간구하고 있다.
또한 하나님께서 내게 위탁하신 양무리들을 목양함에 있어
요령이나 꾀부리지 않고 섬겨왔고 지금도 앞으로도 같은 마음이다.
나는 나를 그렇게 생각하는데 하나님과 교인들 보기에는 어떨지…

이러한 목회적인 일상을 끝까지 잘 감당할 수 있도록 우리 교우들이 함께 기도해주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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