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에서 일어나는 일은 아무리 우스운 일도 아무 것도 아닌 것이 없다.
가장 작은 것 하나라도 뜻이 있고 메시지가 담겨 있다.

며칠 동안 부슬부슬 봄비가 계속 내린다. 폭우는 아니지만 그렇게 여러 날 내린 봄비는 땅속 깊이 스며들어 땅 밑에서 기지개를 켜며 일어나고 있는 많은 새싹과 생명들에게 힘을 불어넣을 것이다.

겨우내 잡초로 뒤덮인 텃밭을 보면서도 차일피일하면서 손을 대지 않았다.
지난 8월이었나? 오클랜드에서 교회 사모님들 몇 분이 타우랑가에 오신다고 하자 아내가 사택에서 하룻밤 지내기로 했는데 그 바람에 아내와 나는 미루고 있었던 텃밭의 잡초를 뽑았다.
특히 부추 밭은 뿌리로 번식하는 잡초들이 꽉 절어있었는데 그냥 대충 하자니 마음이 허락지 않았다.
그래서 땅 밑을 파 재껴서 엄청난 양의 잡초 뿌리를 다 드러낸 다음 부추를 재이식했다.
그리고 벽난로에서 재를 퍼서 부추 밭에 뿌리고 물을 흠뻑 뿌려주었는데 그 뒤로 주룩주룩 내린 봄비가 녹색 빛깔의 부추 대를 위로 올라오게 했다.

지난겨울 불룩한 배를 힘겹게 끌고 다니던 네 마리의 암컷 양들도 봄이 되자 각각 두 마리씩 모두 여덟 마리의 새끼를 낳았다. 신기하게도 낳자마자 걷기 시작했고 불과 몇 주 지나지 않아 초지를 막 뛰어다닌다. 처음에는 어미나 새끼 모두 절대적으로 붙어 다니더니 조금 크니까 어미도 새끼들을 자유롭게 풀어놓고 새끼들도 울타리 안에서 이곳저곳 다 돌아다닌다. 풀을 조금씩 뜯어 먹으면서도 한 번씩 젖을 먹으려고 할 때는 자기 새끼 외에는 절대 받아주지 않는다. 그렇게 새끼 두 놈이 달려들어 어미의 불은 젖통을 머리로 팍팍 치면서 젖을 빠는 모습이 아주 인상적이다.

자연은 해마다 계절마다 똑같은 모습으로 자신을 나타낸다.
하지만 해마다 계절마다 다가오는 감흥과 영감은 똑같지 않다. 다르다. 전혀 다르다.
뿌리가 살아 있으니까 싹도 올리고 꽃도 피우고 생명력을 과시한다.
살아 있고 건강하니까 새끼도 낳는다.
자연이 가르쳐주는 뿌리의 힘을 보면서 내 믿음의 뿌리를 생각하게 된다.
어느 날 영적 성장과 성숙이 멈춰버린 것 같은 영혼들, 산 것 같으나 죽은 생명들은 다시 한 번 성령의 단비가 내리기 를 사모해야 한다. 하나님에 대한 의식과 믿음의 뿌리가 살아있다면 교회생활을 넘어 참된 신앙생활에로 나아갈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