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심(初心)과 양심(良心) (2017. 08.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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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astor 작성일17-08-15 07:46 조회531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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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은 참 성실하다. 
누가 뭐라고 하든 변함없이 자기의 때에 자기의 일을 한다. 
자연은 참 한결같다. 
사람들이 자기에게 어떤 짓을 해도 자기 자리를 지키고 또한 자기에게 주어진 자기 몫의 사명을 감당한다. 
절대 자기 사명을 저버리는 일이 없다.  
 
타우랑가의 겨울 날씨가 한국처럼 엄동설한(嚴冬雪寒)과 북풍한설(北風寒雪)은 아니지만 그래도 겨울은 겨울이다. 
지난 몇 년 동안의 겨울은 새벽에 살얼음이 얼 정도로 추위가 찾아오고 있다.  
새벽기도회를 나오기 위해 자동차에 시동을 켜면 온도계에 보이는 기온이 몇 시간에 불과하지만 영하 –3°일 때도 있다. 
생각보다 춥다. 하지만 봄은 오고 있었다. 
 
우리 눈에 보이지 않았을 뿐이지 땅 밑에서 계속 봄은 세상에 나갈 채비를 하고 있었다. 
교회 화단에 뉴질랜드 봄의 전령인 노란 수선화가 땅밖으로 얼굴을 내밀고 있다. 
내가 꽃을 바라보는 것인지 수선화가 나를 바라보는 것인지 서로 눈이 마주쳤을 때 나는 눈시울이 붉어지면서 부끄러워 고개를 숙였다. 
수선화에 비친 내 모습이 그 꽃만 못해 보였기 때문이다.  
 
내가 지켜왔다고 생각했던 처음 마음은 처음 마음이 아니었던가 보다.  
양심도 변색된 모양이다. 
주님의 종으로 부름 받아 사명을 감당한 지 많은 시간이 지났다. 
목회와 교회 생활이 많이 익숙해져서일까? 
사람을 봤는가보다. 환경을 봤는가보다. 
그래서 초심(初心)도 양심(良心)도 한 송이 꽃 앞에서 고개숙였는가보다.  
 
사람이 내 마음 같지 않고 주변의 상황이 내 뜻 같지 않아도 
노란 수선화 앞에서 내가 해야 할 몫의 사명은 감당해야겠다고 마음을 다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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